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부회장(44)이 남편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진해운 회장에 선임됐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경영 보폭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11월 조 회장이 별세한 뒤 1년여간 비워뒀던 회장직에 최은영 부회장을 임명하는 등 모두 13명에 대한 임원승진 인사를 28일 실시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최 회장이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만큼 공석인 회장 자리에 오르는 건 당연한 순리"라며 "최 회장은 앞으로 CEO(최고경영자)인 박정원 사장과 함께 한진해운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타계할 때까지만 해도 한진해운 주식이 전혀 없었던 최 회장은 올해 초 양현재단 이사장 취임과 조 회장 지분 상속 등을 통해 최대 8.25%의 한진해운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게 됐다.

게다가 최근 들어 주요 경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임직원들과의 만남 횟수도 늘리는 등 경영자로서의 활동 폭을 넓히고 있는 상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상중(喪中)'이었던 탓에 최 회장의 운신 폭이 좁았지만 조 회장이 타계한 지 1년이 지난 만큼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지 않겠느냐"며 "최 회장이 아직 젊은데다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도 뛰어난 만큼 머지 않은 시기에 대표이사 자리에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회장이 아직 해운업을 '공부'하는 입장인 만큼 당장 내년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지는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도 "내년 주주총회 때 최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문제는 아직까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해운업을 파악하는 대로 전문경영인과 함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되 통상적인 업무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자신은 대외 활동과 큰 틀의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번 인사로 한때 불거졌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해운 섭정 논란도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회장이 최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데 동의한 것은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독립경영을 인정했다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조양호 회장은 현재 대한항공(6.04%) ㈜한진(0.01%) 한국공항(3.90%) 등을 통해 한진해운 지분을 9.95% 보유하고 있으나,이사회에만 참석할 뿐 일상적인 경영은 한진해운에 일임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