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4강 외교'의 첫 행선지를 미국으로 정했다.

내년 1월 중 미국에 특사를 보내고 상반기 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겠다고 밝히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당선자 측이 대미 외교를 서둘러 챙기는 데는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인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손상된 한·미관계를 '원상복구'시켰다고 내세우면 집권 초기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웠던 참여정부와 차별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상황은 우호적이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을 준비하던 2003년 1월에는 북한이 핵확산금지(NPT)조약에서 탈퇴해 한·미 관계의 출발부터가 순탄치 않았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강경 일변도였고 한국에선 '효순.미선 사고사 사건'후 반미감정이 팽배했었다.

반면 지금은 한국에서 한·미동맹을 회복하자는 목소리가 강하고,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6자회담을 통한 협상기조가 자리를 잡아 한.미 간 이견이 없다.

노무현 당선자도 2월에 정대철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을 워싱턴에 특사로 파견했지만 북핵 이슈에 매몰돼 덕담을 나눌 분위기가 아니었다.

미국은 그에 앞서 1월에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노 당선자에게 특사로 파견했으나 우호친선보다 북핵 특사 성격이 더 강했다.

이 당선자 측은 미국도 1월 중 특사를 보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은 아직 입장 정리가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 교환이 성사된다면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제임스 신 국방부 차관보,데니스 와일더 NSC(국가안전보장회의)선임국장 중 한 명이 대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

6자회담 대표인 힐 차관보가 내달 초 북핵 문제를 조율하러 서울을 방문하고 이 당선자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지만 특사 임무를 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 측은 미국에 특사를 보내기 전에 미국에서 세부 일정을 조율할 대표단이 한 번 더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역할은 부차관보급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알렉산더 아비주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와 차기 주한 미국대사로 거론되는 캐슬린 스티븐스 동아태담당 자문 등이 후보군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