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벌판으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저 벌판에 내가 가리라.온갖 근심들 다 지고 내가 가리라.
무릎 찬 물여울을 건너 돌자갈을 밟고 붉은 흙 젖은 길 따라 내가 가리라.
어느 거친 바람결에 뽑혀 누운 죽은 나무 흰 등걸들을 지나 수풀을 헤치며 내가 가리라.
내 안의 모든 상처 아직도 아물지 않았느냐. 넋 두고 몸 하나로 내가 가리라.
가다 보면 그 어디에 머물 곳 없으랴. 거친 바람 저 벌판에 내가 가리라.
땅 끝 너머 아득히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양성우 '벌판으로' 전문
거침없이 세월은 흘러 다시 한 해가 갔다.
즐겁고 유쾌했던 기억은 흐릿하게 지워졌다.
힘껏 살았는데도 후회와 자괴만이 밀려온다.
삶의 미완성이 한도 끝도 없다.
크고 작은 상처가 아물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쉬움을 느끼고 반성하는 것은 그래도 깨어있음의 증거인가.
지치고 힘들어도 삶은 좋은 것이란 믿음을 거듭 새겨본다.
결국 허무로 끝난다 해도 희망을 가져야 할 이유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