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이상 고른 성적을 낸 펀드를 골라라.'

펀드 투자 요령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흔히 제시하는 조언 중 하나다.

해마다 수익률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성과를 낸 펀드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펀드들이 있을까.

미국 월가에서도 통계적으로 보면 한 펀드매니저가 3년 연속 시장평균 수익률을 웃돌 확률은 단 1%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물며 똑같은 펀드가 3년 연속 상위 성적을 유지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펀드 투자에서는 분산투자와 장기투자 원칙을 지키는 것 이상의 대안은 없다고 말한다.


◆3년 연속 상위 10% 기록은 전무

30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설정된 지 3년 이상된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 올해 수익률 상위 30위권(전체 펀드의 10% 이내) 펀드를 대상으로 2005년 이후 연간 성과를 분석한 결과 3년 연속 상위 10%를 유지한 펀드는 단 한 개도 없었다.

올해 연초 이후 수익률 63.58%로 1위를 기록한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의 경우 2005년에는 연간 수익률 91.42%로 전체 주식형펀드 중 3위를 달렸으나 작년에는 4.65%의 수익률로 순위가 74위로 뚝 떨어졌다.

올해 수익률 2,3위에 각각 랭크된 '미래에셋드림타겟주식형'(58.86%)과 '미래에셋솔로몬주식1'(51.41%)도 2005년에는 연간 80%대의 높은 수익률로 각각 11위,8위를 기록하며 상위 10% 안에 들었으나 지난해엔 형편없는 수익률로 하위권인 128위,169위로 밀려났다.

일관된 투자철학을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온 것으로 알려진 신영투신의 '마라톤주식(A형)'(올해 8위)도 2005년에는 97.15%로 2위를 기록했으나 2006년에는 0.92%로 150위였다.

시장 대표주만 편입해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KB운용의 '스타적립식주식1'도 2005년 17위(74.74%)에서 2006년에는 최하위권인 223위(-5.02%)까지 떨어졌다가 올해는 9위(48.77%)로 올라오는 등 순위의 변동이 심했다.

◆펀드도 장기·분산 투자해야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펀드매니저가 제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매년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며 "운용 스타일이 우수해도 시장 트렌드는 매년 변하기 때문에 특정 펀드의 성적이 과거에 화려했다고 앞으로도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이후 2년 연속 주식형펀드 내 수익률 1,2위를 다투었던 유리스몰뷰티가 올해 193위로 추락한 게 좋은 사례"라며 "이는 펀드매니저의 역량과 무관하게 시장의 특성이 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대표는 따라서 "펀드 투자에도 분산투자와 장기투자가 반드시 요구된다"며 "장기투자에서는 일관된 운용철학을 유지하고 있는지,펀드매니저가 바뀌지 않는지 등이 중요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펀드의 성적이 해마다 들쭉날쭉하는 가운데서도 운용철학이 유지되는 펀드들은 장기투자 성과가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영투신의 '마라톤주식(A형)'이 대표적으로 지난해 수익률이 하위권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3년 누적 수익률에서는 208.03%로 전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