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확정한 내년도 판매목표엔 신흥시장에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경영진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현대차는 미국과 서유럽 등 기존 선진국 시장에선 과거처럼 '무리한 수준'의 판매증가율을 잡지 않은 대신 동유럽 중국 인도 아프리카ㆍ중동 중남미 등의 목표량은 크게 늘려잡았다.이는 최근 해외영업조직개편을 통해 유럽판매조직을 서부 중부 동부 등 세곳으로 세분화하고,아ㆍ중동지역본부를 아프리카와 중동지역본부로 각각 분리시킨 것과도 일맥상통한다.특히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시장 판매 호조에 힘입어 내년에 처음으로 현대차 유럽 판매량이 미국 판매량을 앞지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내년엔 신흥시장 공략이 '관건'

현대차는 내년에 인도를 비롯해 중국 아프리카ㆍ중동 동유럽 중남미 등 성장잠재력이 큰 신흥시장에서 모두 161만대를 팔기로 했다.내년도 전체 해외 판매 목표물량(247만대)의 65.2%에 달한다.현대차의 주 타깃이 미국 서유럽 등 선진국에서 신흥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선 인도법인의 경우 내수판매와 수출물량을 늘려 올해(20만5000대)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53만대를 판매키로 했다.지난 10월부터 양산에 들어간 상트로 후속모델 PA(현지명 아토즈 프라임)를 내년에 25만대가량 생산,내수시장과 유럽 및 동남아시장(수출명 i10)을 공략키로 했다.내년에는 클릭 후속인 PB(프로젝트명)도 내놓을 예정이며,싼타페를 출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오일머니' 유입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프리카ㆍ중동시장에서는 올해(27만대)보다 5만대(18.5%) 늘어난 32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인도에서 생산한 i10을 수출하는 한편 중대형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중동지역에는 럭셔리카 제네시스도 선보일 방침이다.

러시아의 성장세에도 주목하고 있다.현대차는 러시아에서의 판매량 확대에 맞춰 지난 7월 현지판매법인을 신설한 상태다.현대차는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시장에 유럽형 차량인 i30에 이어 내년에는 i30 5도어를 투입하고 '유로2008' 후원 등을 통한 스포츠마케팅 활동도 강화할 방침이다.

올해 극심한 가격경쟁 등의 여파로 판매가 저조했던 중국에서는 내년 5월 제2공장 완공과 '중국형 아반떼' 출시를 계기로 올해(26만대)보다 판매량을 46.2% 늘리기로 했다.

◆유럽 판매량이 미국 앞지를 듯

현대차가 잡은 내년 미국 판매 목표치는 55만대.올해 51만대보다 4만대(7.8%) 늘리는 데 그쳤다.올초 세운 연간 목표량이 55만5000대였지만 판매부진 탓에 51만대로 수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목표를 무리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으로 산업수요가 부진해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이 재고를 줄이느라 일시 휴업해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이에 비해 유럽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현대차는 내년에 유럽에서 총 57만5000대를 팔아 판매량을 올해(47만3000대)보다 21.6% 늘린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서유럽(37만5000대)은 올해보다 11.9% 늘리고,러시아가 포함된 동유럽(20만대)의 판매는 올해보다 44.9% 신장시키기로 했다.이런 목표달성에 성공하면 처음으로 현대차 유럽 판매량이 미국을 앞지르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서유럽에 비해 산업발전 속도가 느린 동유럽은 앞으로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체코에 이어 러시아에까지 완성차조립 공장을 건설키로 한 것은 그 만큼 이 지역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