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플랜트가 쓰나미 같은 파도에 견딜 수는 없는 걸까.
해양에서 발생하는 각종 극한상황 극복 방안에 골몰하는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51).그는 요즘 충남 태안 앞바다의 기름 유출 사건을 바라보며 누구보다도 안타까움이 크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로이드교육재단 지원으로 오는 1월 부산대 에 해양선박ㆍ플랜트 관련 우수연구센터 개소를 앞두고 있는 그는 "파도 바람 등 혹독한 해양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비선형 구조역학 기술이 조금만 더 일찍 개발됐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비선형 구조역학'은 선형과 대칭되는 개념이다.
선형은 선체에 약한 힘이 가해질 때 규칙적인 변형이 나타나는 현상이고,이와 달리 강한 힘이 작용할 때는 불규칙한 변형을 보이는 현상을 비선형이라고 한다.
백 교수는 올해로 10년째 영국 왕립조선학회에서 유일한 외국인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비선형 구조역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는 로이드교육재단으로부터 20억원,부산시와 부산대에서 각각 10억원과 5억원 등 35억원의 연구자금을 확보,향후 5년간 비선형 구조역학을 연구할 계획이다.
백 교수는 그동안 축소 모형 실험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만으로 갑갑증을 느끼다 비로소 대규모 선박 충돌 실험을 하게 됐다.
'명품 선박' 제조를 위한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1000~2000t급 중고 선박을 구입,파괴 실험을 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극지운항 LNG선박,유조선의 충돌 위험도 해석,심해자원 개발용 해양 플랜트 설비의 화재ㆍ폭발 위험도 해석 등 10여 가지 연구 과제를 추진한다.
백 교수는 "해양에서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이보다 더 매력적인 활동 공간도 없을 것"이라며 "비선형 구조역학에 대한 일정 수준의 연구에 성공하면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 수 있게 돼 세계 정상을 달리고 있는 우리 조선산업이 날개를 달개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