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동안 전경련에 힘이 하나도 없었는데,앞으로는 제대로 대우받을 것 같다."

지난 2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의 오찬 간담회가 끝난 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 이 당선자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직접 연락해도 좋다"며 전경련과 회원사들을 '경제 살리기'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이 같은 전망이 대체로 맞아떨어질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지난 수년간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며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전경련의 위상과 역할이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 당선자의 등장으로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대선이 끝난 지 불과 9일 만에 이 당선자가 전경련 회관을 찾은 것만으로도 달라진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당선자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곳을 찾은 것은 조석래 회장을 비롯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대부분 전경련 회원사인 대기업들의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당선자 측은 전경련이 요청한 민·관 합동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설립에도 흔쾌히 동의했다.

차기 정부가 전경련을 단순한 '경제 살리기'를 넘어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얘기다.

전경련은 조만간 위원회 구성과 활동 방향 등에 관한 의견을 정리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측과 접촉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법과 제도 정비,신성장 동력 확보,새로운 노사관계 확립 등 투자환경 조성에 핵심이 되는 사항들을 논의하고 추진하게 될 전망이다.

위원회의 재계 측 대표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정부 측 대표는 차기 국무총리가 맡는 게 확실시된다.

전경련은 국내 기업의 투자 확대뿐 아니라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적극적인 '지원 사격'에 나설 계획이다.

당장 1월15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서울재팬클럽 등 주한 외국기업 단체들과 함께 이 당선자를 초청,간담회를 갖는다.

이같이 전경련의 높아진 위상 속에 조석래 회장의 행보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난 7월 제주도 하계포럼에서 이 당선자를 지지했다는 오해를 산 후 대외 활동을 꺼려 왔던 조 회장은 1월2일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현장에서 시무식을 갖고 세 시간 동안 직접 기름 방제 봉사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15일 외국기업 단체들과의 간담회에 이어 18일에는 미국 하와이로 건너가 한·미 재계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연장자가 떠맡다시피 해 오던 전경련 회장직도 새 정부 들어선 꽤 인기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