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내년 중 미국 내 한국교포 은행과 국내 저축은행을 인수할 기회가 올 것"이라며 국내외 금융사 인수·합병(M&A)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회장은 최근 중국 베이징 현지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출범을 기념해 현지 웨스틴베이징호텔에서 가진 만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내 한국교포 은행의 주가가 연초에 비해 많이 빠졌는 데도 아직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내년 중 미국 내 은행을 추가로 인수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10월 미국 소재 교포은행인 커먼웰스비즈니스은행을 인수해 최근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았다.

국내 저축은행 인수와 관련,김 회장은 "현재 저축은행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저축은행을 인수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 은행들의 빅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추가적인 M&A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우리금융 민영화 등에 대한 관심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우리가 북한에서 먼저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사업을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른 세계적인 금융사들이 먼저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북한 금융사업에도 강한 애정을 표시했다.

또 "중국 시장에서 실패하면 인도네시아 같은 다른 나라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반드시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베이징올림픽 후 중국 경기가 하강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올림픽 개최 효과는 베이징에 국한된 편이며 한국과 달리 거대 시장인 중국의 경우 올림픽 유치의 경제효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올림픽 후 경기하락 효과도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의 두터운 친분으로 새 정부에서 모종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금융권의 관측을 염두에 둔 듯,김 회장은 "다시 태어나도 금융인으로 살고 싶다"고 말해 하나금융을 경쟁력있는 금융그룹으로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육성하겠다는 이 당선자의 공약에 공감을 표시하며 "규제가 풀리면 자사고를 설립해 교육사업을 펼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1965년 옛 한일은행(현 우리은행)에 입행한 김 회장은 1971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창립멤버로 합류해 1980년 37세의 나이로 부사장에 오르는 등 40여년 간 금융인으로 활동해왔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