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큐셀에 오신 것 아니에요?"

옛 동독지역의 한복판에 있는 작센-안할트주의 작은 도시 탈하임.렌터카에 기름을 넣으려는데 주유소 주인 프라우케 포글러씨가 다가와 "큐셀 덕분에 이곳을 찾는 외지인이 많아져 주유소 장사도 제법 짭짤하다"며 활짝 웃었다.

큐셀은 1999년에 설립된 기업.아홉살 먹은 신생 벤처기업이 10여개의 대규모 공장을 잇따라 건설하면서 한적한 농촌마을을 첨단산업의 메카로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큐셀이 만드는 제품은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태양전지다.

큐셀은 약 3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2002년 첫 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매출액과 임직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2002년 1730만유로(약 235억원)였던 매출과 82명에 불과했던 임직원 수는 지난해 8억유로(1조800억원),1700여명으로 불어났다.

올해 매출 목표는 12억유로.작년 10월에 세웠던 목표 10억유로를 다시 20% 늘려잡았다.

이 회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약 10%다.

일본 샤프에 이은 2위다.

시골에서 창업한 작은 벤처기업이 10년도 안 돼 '글로벌 플레이어'로 화려하게 등장한 셈이다.

2004년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기업을 공개했다.

스톡옵션을 받은 모든 임직원들이 '떼돈'을 벌었음은 물론이다.

큐셀의 성공은 신사업 발굴 덕분이었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짚은 결과다.

컨설팅업체 매킨지 출신의 안톤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 솔론의 엔지니어 2명과 손잡고 이 회사를 창업했다.

밀러 CEO는 먼저 '태양은 무한하다'는 논리로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끌어냈다.

때마침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기름값이 뛰었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인 태양을 활용하는 태양전지가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정부도 세제 혜택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해외 바이어들이 물량을 먼저 확보하겠다며 몰려들었다.

이 회사의 스테판 디트리히 홍보책임자는 "지구온난화 논란이 거세지고 유가가 뛰면 뛸수록 회사의 수익성이 좋아지는 구조"라며 "큐셀의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들만 미래사업 선점에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글로벌 기업들이 활발한 재투자를 통해 신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도요타기념병원.이 병원은 올가을 '특별한 간호사'를 영입한다.

여느 간호사와 다른 점은 로봇이란 사실.도요타자동차가 최근 개발한 '모빌리티 로봇'이 그 주인공이다.

이 신참 간호사에게 맡겨진 일은 혼자서 거동이 힘든 환자들의 이동을 돕는 것이다.

약 1m의 키에 환자가 앉을 수 있도록 설계된 '모빌리티 로봇'은 시속 6㎞의 속도로 10도의 경사면을 오를 수 있다.

환자가 이동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따라오는 기능까지 있어 무거운 물건을 얹어놓고 함께 걸어갈 수도 있다.

1시간 충전으로 20㎞까지 움직인다.

도요타가 작년 말 처음 공개한 이 로봇은 이 회사가 추구하는 '파트너 로봇'의 신호탄이다.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동반자' 개념의 로봇이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 시험 적용을 거쳐 2010년 로봇의 실용화 시대를 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미 아이치현 히로세공장에 로봇 연구의 거점이 될 공장을 신설했고 100명의 개발 인력도 2년 내 200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조립 기술을 바탕으로 축적된 도요타의 로봇 기술을 세계인의 생활 속에 뿌리내리겠다"(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는 게 꿈이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디스플레이를 단순히 TV 브라운관을 대체하는 상품으로만 보지 않고 종이의 대체 품목으로 볼 때 비로소 거대 시장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요타가 자동차를 용접하고 조립하던 로봇을 병원으로 끌어낸 것처럼 관점만 바꿔도 '올드(Old) 산업'이 '신(New)산업'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환경.에너지 △차세대 통신 △지능형 부품.소재 △메카트로닉스 △비즈니스 서비스 △라이프 서비스 등 8대 사업군을 우리 경제의 미래를 이끌 신성장 동력으로 최근 제시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탈하임(독일)=조재길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