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 해 동안 90조원 이상의 시중자금이 주식과 펀드로 몰리면서 증권.자산운용업계가 전례없는 '돈풍년'을 맞았다.

반면 이 같은 자금 쏠림 현상 속에 은행은 늘어나는 대출 자금을 감당하지 못해 심각한 '돈가뭄'에 시달렸다.

31일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식, 펀드,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을 통해 증권.자산운용업계로 유입된 자금은 약 9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펀드 자금이 64조4천억원으로 70%를 차지했으며, 나머지는 증권사 CMA 자금 18조8천억원(20%), 개인투자자의 주식 순매수 자금 7조3천억원(8%), 주식 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 1조7천억원(2%)이다.

올해 이 같은 증권.자산운용업계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지난해의 33조4천억원에 비해 175% 급증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증시의 활황 속에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2,000선을 돌파하는 등 국내 증시가 랠리를 펼치면서 주식.펀드 열풍이 강하게 분 데다 인구 노령화와 맞물려 간접투자 문화가 정착되면서 은행 예금에서 적립식펀드 같은 고수익 금융상품으로의 자금 이동이 본격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시중자금이 주식이나 펀드로 몰리자 은행들은 대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들의 예금 수신고는 11월 말 현재 545조7천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2조5천억원(0.5%) 줄었다.

반면 은행의 기업 및 가계 대출은 같은 기간 759조2천억원으로 96조원(14.5%) 늘어났다.

통상 은행의 대출이 확대되면 통화량 증가로 예금 수신도 함께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올해는 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늘어나야 할 예금 수신이 오히려 소폭 줄거나 정체 현상을 보이면서 은행권의 자금 수급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올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로 유입된 자금을 모두 은행 예금에서 직접 유출된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은행 예금으로 유입될 자금이 주식이나 펀드로 옮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올해 CD(양도성예금증서)나 은행채를 포함한 은행의 전체 수신고가 작년보다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대출 증가를 감안할 때 사실상 상당한 규모의 예금 이탈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의 핵심예금으로 분류되는 초단기예금(실세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예금)은 11월 말 현재 226조8천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2조원(5.1%) 감소했는 데, 이들 자금은 주식형 펀드와 고객예탁금, CMA 등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은행권은 부족한 대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CD나 은행채 발행을 늘리는 한편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해 고금리의 상품과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증권.자산운용업계와 은행권 간의 고객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축'에서 '투자'로의 자금 이동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표> 증권사.자산운용사 수신 현황
(단위: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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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분 │ 2006년 말 │ 2007년 말 │ 증 감 │ 증감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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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드수탁고 │ 2,346,055│ 2,989,787│ 643,732│ 27.4│
├─────────┼──────┼──────┼──────┼──────┤
│ 고객예탁금 │ 84,489│ 101,046│ 16,557│ 19.6│
├─────────┼──────┼──────┼──────┼──────┤
│ CMA │ 86,631│ 274,267│ 187,636│ 216.6│
├─────────┼──────┴──────┼──────┼──────┤
│ 개인순매수 │ 72,611 │ 72,611│ -│
├─────────┴─────────────┼──────┴──────┤
│ 계 │ 920,536 │
└───────────────────────┴─────────────┘
<자료=자산운용협회,증권업협회>

<표> 은행 예금수신.대출 현황
(단위:억원,%)
┌────────┬───────┬───────┬──────┬─────┐
│ 구 분 │2006년 12월말 │2007년 11월말 │ 증 감 │ 증감률 │
├────────┼───────┼───────┼──────┼─────┤
│ 실세요구불예금 │ 595,909│ 586,630│ -9,279│ -1.6│
├────────┼───────┼───────┼──────┼─────┤
│ 저축성예금 │ 4,886,696│ 4,870,630│ -16,066│ -0.3│
├────────┼───────┼───────┼──────┼─────┤
│실세요구불예금+ │ 5,482,605│ 5,457,260│ -25,345│ -0.5│
│ 저축성예금 │ │ │ │ │
├────────┼───────┼───────┼──────┼─────┤
│ 기업.가계 대출 │ 6,631,995│ 7,591,698│ 959,703│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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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이웅 기자 indigo@yna.co.kr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