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중국 중서부 거점도시 충칭(重慶)시 장베이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면서 바라본 풍경은 그림책을 넘기는 것 같았다.

유럽의 소도시처럼 잘 꾸며진 마을이 있는가 하면,도심인 지에팡베이는 마천루들이 빼곡한 홍콩시내를 연상케 했다.

시내를 끼고 도는 양쯔강과 지링강변에는 화려한 유람선이 장관을 이뤘다.

직할시로 지정된 지 10년간 연평균 10.2%의 고도성장을 계속해온 충칭. 관료나 기업인들은 이곳을 '중국의 시카고'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충칭은 작년 7월 쓰촨성 성도인 청두와 함께 네 번째 국가급 개혁시범구로 선정됐다.

청두와 충칭의 옛이름인 위저우의 첫글자를 따서 '청위개발구'로 명명됐다.

내륙의 특성상 도농복합개발구로 지정된 청위개발구는 왕양 전 충칭 당서기의 말대로 "중국의 발전 방식을 집대성한 모델"이다.

도시와 농촌을 동시에 조화롭게 발전시킨다는 대명제를 수행하기 위한 전략은 '4+2 프로젝트'.자동차 석유화학 전자 장비 등을 4대산업으로 육성하고 도시형 가공업과 노동집약형 산업을 함께 발전시키겠다는 것. 쓰촨성 서부개발종합처 덩정권 처장은 "공업과 농업이 함께 발전하고 빈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발전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창안자동차 창홍TV 등 충칭과 청두에 있는 민영기업을 적극 육성하는 한편 외국기업 유치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관광산업 애니메이션 등 소프트산업은 청두가 주도하고 항만물류와 첨단제조업은 충칭이 맡아 하는 역할 분담도 논의 중이다.

덩 처장은 "연산 50만대 규모인 자동차 생산량을 앞으로 5년 안에 200만대로 키울 것"이라며 "세계 500대 기업 중 현재 52개사가 쓰촨성에 들어와 있지만 5년 내 추가로 150개사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서부 개발은 '점(點)에서 선(線)으로 그리고 다시 면(面)으로' 숨가쁘게 발전하는 중국의 모습이다.30년 전 개혁개방을 알리는 신호탄은 홍콩과 마주본 남부 연안 경제특구 선전에서 쏘아 올라졌다.선전은 상하이와 톈진을 잇는 선으로 발전했고 이제 그 위의 다롄과 선양을 잇는 동부연안벨트를 형성 중이다.

그동안 경제 개발에서 소외됐던 동북부 지역에도 중공업 및 하이테크 단지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다롄은 첨단산업과 물류기지를 꿈꾸는 동북3성(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의 경제개발 프로그램인 동북진흥의 핵심축이다.

구도심에서 동북고속도로를 타고 30분쯤 달리면 '다롄 경제기술개발구'가 나타난다.

구도심에서 약 40㎞ 떨어진 개발구까지 가는 도로 양편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대형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1980년대 중반 인구 2000여명의 작은 어촌이었던 이곳은 50만이 넘는 신도시로 발전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메이커 인텔은 경제기술개발구의 60만㎡의 땅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해 중반 시작된 건설 공사는 연말에 1차 공사를 마쳤다.

철조망으로 둘러처진 거대한 부지 위에 수십동의 4,5층짜리 공장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경제기술개발구의 공용즈 국장은 "인텔의 1단계 투자금액은 25억달러지만 최종적으로 6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면서 "2010년 초부터 최첨단 반도체칩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롄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130㎞ 떨어진 창싱다오(長興島)는 10년 후 세계 최대 조선단지를 목표로 대대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한창 공사 중인 한국의 STX조선소가 완공되면 싱가포르IMC,중국 CIMC 등과 함께 다롄은 세계적인 조선기지로 탈바꿈한다.

다롄시는 델컴퓨터의 아시아 콜센터를 유치하는 등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업도 집중 육성 중이다.

2004년 4억1500만달러였던 다롄시의 외자 유치 실적은 해마다 배 이상 늘어 2005년 15억달러에 이어 지난해 4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다롄항을 마주보고 있는 산둥성의 칭다오도 금융과 서비스를 중심으로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시 외곽에 자리잡은 황도개발구에는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업종 등을 중심으로 외국 업체들의 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

칭다오시 대외무역경제합작국의 순헹친 국장은 "칭다오시를 금융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외국계 은행 보험회사 등과 오염물질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IT 컴퓨터 관련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칭다오는 연간 15%의 고성장을 이어왔지만 경공업 중심지라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이곳에 진출한 1만여 한국 기업들은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KOTRA 칭다오무역관 황재원 부관장은 "칭다오는 산업구조 조정을 통한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라며 "칭다오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엔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동부연안벨트는 서부대개발과 중부굴기(일으켜 세움)의 바람을 타고 중서부 내륙으로 선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서부변경의 북서쪽에 자리잡고 있는 우루무치까지도 변경무역을 통해 최근 3년간 연평균 14%의 고도성장을 일궜다.이곳은 현대판 실크로드로 재탄생했다.

전국 각지에 새롭게 등장한 성장축들이 중국대륙을 바꿔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