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인터넷 프로토콜(IP) TV 시대가 열리는 등 새해 유통 환경이 급변하면서 신년 벽두부터 유통업체들이 생존을 건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백화점들은 상위 소득계층을 겨냥,명품을 중심으로 한 럭셔리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기로 한 반면 대형마트 업계는 가격.품질 경쟁력을 갖춘 국내외 제품 직소싱 확대를 공통 새해 경영전략으로 내놓았다.

가장 거센 변화가 예고된 분야는 홈쇼핑과 온라인 몰 업계다.

지난해 말 IPTV 법제화가 이뤄짐에 따라 기존 홈쇼핑과 온라인 몰을 결합한 TV몰이 이르면 상반기 중 본격 등장한다.

TV에서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탤런트가 입은 옷이나 소품을 구입하고 싶으면 리모컨을 클릭하는 것만으로 곧바로 쇼핑이 가능해지는 것.


◆백화점,'VVIP 마케팅'이 살 길이다

백화점들은 가격에 덜 민감한 상위 소득계층 공략에 올인한다는 전략이다.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은 이를 위해 전체 고객의 1%에 불과하지만 매출 기여도는 20%를 웃도는 'VVIP'들을 겨냥한 럭셔리 마케팅을 공통 전략으로 확정했다.

롯데백화점은 상위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1 대 1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명품관에서 작년 한 해 3000만원 이상 구매한 VVIP 고객 수는 2006년 500명 수준에서 작년 920명으로 84% 정도 늘었다.

15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도 1700여명 선이다.

롯데백화점은 명품 VIP 고객을 비롯 각 브랜드와 연계한 데이터를 활용해 600명 정도의 고객에게 별도의 에비뉴엘 멤버십 카드를 발급,'공개하기 힘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우수고객 매출등급 기준을 손질해 쟈스민 회원은 연매출 30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플래티넘 고객은 연매출 12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각각 변경했다.

'돈되는 고객'을 가려내 집중 마케팅 공세를 펴겠다는 얘기다.

신세계는 상위 5% 고객을 트리니티,퍼스트,아너스,로열 등급으로 나눠 다양한 럭셔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반기에 990명의 트리니티 회원(전체 고객의 0.05%)을 모두 초청,백화점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고객 간 골프 대회를 열기로 했다.


◆대형마트,지구촌 끝까지 상품 뒤진다

가격 경쟁력을 최고의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대형마트 업계는 물가 불안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상품 구성(MD)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기로 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빅 3'는 제조업체들로부터 상품을 납품받아 자체 상표를 부착,마케팅을 떠맡는 대신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PL(Private Label) 제품 비중을 크게 높인다는 방침이다.

해외 아웃소싱 비율도 높이기로 했다.

중국 물가가 계속 오를 경우에 대비,아프리카 오지를 뒤져서라도 질 좋고 가격이 낮은 제품을 찾아내겠다는 것.

이마트가 지난해 말 상품개발본부를 부사장급으로 격상시키며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질 좋은 물건을 들여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을 구한다는 채용 공고를 내기도 했다.

롯데마트도 해외소싱 전담 MD(상품 기획자)를 작년의 두 배인 15명으로 늘리고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 있는 해외 사무소 인력 역시 확충하는 등 해외 소싱 조직을 확대 개편키로 했다.


◆홈쇼핑.오픈마켓,영역파괴 시작됐다

홈쇼핑 업체들은 새해에 성장성을 확충,재도약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대부분의 홈쇼핑이 제자리 걸음하는 등 실적이 정체 상태였으나 지난해 말 IPTV 법제화가 이뤄짐에 따라 새로운 매체를 적극 활용하고 해외 시장 공략을 통해 매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SK텔레콤 KT 등이 하나로TV,메가TV 같은 IPTV를 상반기 중 상용화하면 홈쇼핑 업체들이 쇼핑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GS홈쇼핑은 디지털케이블TV,IPTV,모바일 커머스(휴대폰을 통한 전자상거래) 등 뉴미디어 환경에 맞도록 홈쇼핑 플랫폼을 갖춘 상태다.

CJ홈쇼핑도 인터넷몰인 CJ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지향하고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오픈마켓(온라인 장터)에서는 기존 G마켓과 옥션의 경쟁에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SK텔레콤이 가세,3파전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T몰을 론칭하는 SK가 연간 2000억원을 웃도는 마케팅비를 쏟아붓는 등 조기 시장 안착을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 인터넷몰의 경우 디앤샵과 인터파크의 선두 싸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롯데닷컴 신세계몰 CJ몰 등이 차별화된 서비스로 소비자 확대에 나선다.

이들 업체는 신상품 개발 등 비가격 경쟁을 통해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


◆편의점,'땅 속'이 블루 오션

편의점들은 지상에서 '지하'로 점포를 개설하는 경쟁이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점포 간 경쟁이 덜한 '지하(地下) 시장'이 매출 증대의 새로운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GS25가 2007년 3월 인천공항철도 노선의 1단계 구간(김포공항~인천공항) 6개역에 편의점 9곳을 입점시키며 '지하철 편의점 시대'를 연 데 이어 세븐일레븐은 서울 지하철 5~8호선의 107개 매장을 140개로 늘려 '지하 네트워크'를 확대키로 했다.

/생활경제부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