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부 아이오아주 주도인 디모인에서 북쪽으로 30여분 차를 달려 도착한 고즈넉한 마을 존스턴.1만㎡에 이르는 광활한 옥수수 농장 사이로 녹색 모자를 쓴 연구원들이 바쁜 손길을 놀리고 있었다.

바둑판처럼 나누어진 구획별로 에탄올 수율이 높은 옥수수와 가뭄에 잘 견디는 옥수수 등 온갖 종류의 옥수수가 자라나고 있다.

이곳은 미국 화학.섬유 업계의 거인 듀폰의 자회사인 파이오니아 본사 연구센터.'듀폰의 미래'가 자라고 있는 곳이다.

듀폰은 2004년 섬유 부문을 매각하고 대신 종자회사인 파이오니아를 사들였다.

21세기에는 식량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1802년 화약기업으로 출발,나일론 개발로 화학섬유의 혁명을 불러오며 일약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듀폰.이 회사의 섬유 부문은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인 동시에 거의 모든 역대 최고경영자(CEO)들을 배출해낸 '성지(聖地)'였다.

듀폰은 섬유사업을 매각하고 1998년부터 7년간 600억달러(56조원)에 이르는 인수.합병(M&A)을 단행하며 사업구조를 완전히 바꿨다.

화학.섬유 기업의 이미지는 더 이상 없다.

생명공학 산업소재 전자.정보통신 등을 중심으로 한 '종합 과학기업'이 듀폰이 겨냥한 새로운 기업 개념이다.

채드 홀리데이 듀폰 회장 겸 CEO는 "'성장이 있는 곳으로 간다(Go where the growth is)'는 게 듀폰의 신조"라며 "향후 100년간 가장 유망한 시장을 찾아 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3세기에 걸쳐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듀폰의 생존 비결이다.

'창조'냐 '도태'냐.한국의 기업들도 듀폰과 같은 대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지금 기업들에 요구되는 변화의 화두는 '창조적 전환'이다.

비즈니스 세계는 '분업'으로 상징되는 비즈니스 1.0과 '진보'로 대변되는 2.0 시대가 가고 '창조'의 3.0 시대가 오고 있다.

3.0 시대에는 창의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조'하는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

독일 태양전지 업체인 큐셀은 GT(Green Technology.그린 기술)라는 신시장을 개척,설립 5년 만에 매출을 540배나 늘렸다.

애플은 이미 존재하는 MP3플레이어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를 '창조적'으로 결합해 아이폰을 탄생시켰다.

GE 등 초우량 장수 기업들도 '창조적 전환'에 나서고 있다.

GE의 경우 180개 사업 중 117개를 매각하고 금융 방송 등을 사들이며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미국 경제 전문 잡지인 포브스의 세계 100대 기업 리스트를 창간 당시인 1917년과 비교해 보라.듀폰 GE 등 16개 기업만이 상위 100위 안에 남아 있을 뿐이다.

시장은 과거를 보호하지 않는다.

이제 생산량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다.

스스로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으면 파괴당하고 만다. 이것이 비즈니스 3.0 시대를 사는 기업들의 숙명이다.

한국경제신문과 삼성경제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한 3부작 시리즈에서는 미래 환경 변화에 맞춰 '창조적 전환'에 성공한 기업을 만나보게 될 것이다.

건국 60년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국내 기업들이 '창조적 전환'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존스턴(미국)=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