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기업과 가계를 대상으로 마이너스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예금 이탈로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올해 바젤Ⅱ가 시행되면 미사용 대출 한도분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07년 12월 초부터 미사용 한도 감축을 중점 과제로 삼아 이를 축소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중소기업 고객으로부터 7조원,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3000억원가량을 축소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은행의 경우 총 한도대출이 66조원인데 이 중 미사용 금액이 46조원(70%)에 이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미사용 한도가 많을수록 은행 수익과 BIS 비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2006년 말부터 미사용 한도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

충당금 적립은 곧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또 미사용 한도를 많이 갖고 있을수록 자산건전성도 악화된다.

바젤Ⅱ가 시행되면 미사용된 대출 한도도 위험가중 자산으로 간주,은행 BIS비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미사용 대출 한도에 대해 기업들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미사용 한도 축소를 위해 지난해부터 영업점 단위별로 꾸준히 노력해왔으며 올 7월께 바젤Ⅱ 시행에 앞서 미사용 한도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 은행연합회 주관으로 마이너스 대출 거래를 은행들이 해지할 수 있는 조건부 한도 거래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조건부 한도 거래의 경우 위험가중 자산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금융감독원이 중기 대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B2B대출(주계약업체에 대한 납품과 연계해 협력업체에 주는 대출)과 관련,주계약업체 한도 내에서만 미사용 대출 한도를 위험가중 자산으로 간주키로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무리하게 중소기업에 대해 미사용 한도를 축소함으로써 중소기업 자금 대란을 빚을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