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벤에셀(Ebenezer)'은 에벤(반석)과 에셀(돕다)의 합성어다.

'도움의 돌'이라는 뜻으로 구약성경 구절에서 비롯됐다.

"사무엘이 돌을 취해 미스바와 센 사이에 세우고 가로되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하고 그 이름을 에벤에셀이라 하였다."(사무엘상 7장 12절)가 그것이다.

블레셋인들에게 쫓기던 이스라엘 민족이 선지자 사무엘을 따라 미스바에 모여 기도하던 중 하나님의 도움으로 블레셋군을 물리치고 자유와 영토를 되찾은 걸 기려 세웠다는 얘기다.

에벤에셀은 따라서 '지금까지 우리(나)를 도우신 하나님,앞으로도 도우소서'라는 간곡한 기도의 의미를 지닌다.

새해다.

누구든 이 때면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품는다.

제발 올해엔 만사형통하기를 빌면서.

최근에 삶의 길을 잃었거나 터널에 갇혔다 싶은 사람의 마음은 더욱 절절할 것이다.

작가 노먼 코윈은 마흔살 넘기기가 음속을 넘어서는 것처럼 힘들었다고 했거니와 새해 서른이나 쉰살에 이르는 사람의 심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세상 일은 늘 뜻같지 않고 희망은 실망을 낳는 법.남다른 각오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뤄지지 않는 일이 생길지 모르고 환해지는 듯했던 길 또한 다시 어두워지고 갑작스레 넘어져 다칠 수도 있다.

빽 없음은 야속하고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 운 앞에 가슴을 치게 될지도 모른다.

다 됐다고 믿었던 일이 뜻밖의 문제로 어긋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것만' 하던 일이 이뤄져도 행복은 잠시,새로운 '이것만'에 매달리게 되는 일도 다반사다.

그러나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에 전전긍긍하다 보면 지옥이 따로 없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혼자 해냈다고 여겼던 일 가운데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가능했던 일은 거의 없다.

아무리 긴 터널도 끝이 있게 마련이고 간절한 기도는 응답받는다.

새해는 지금까지 받은 것,주어지는 모든 것에 감사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작할 일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면 어떠랴.

에벤에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