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단행된 특별 사면.복권에 대해 재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옛 대우그룹 관계자들은 뒤늦게나마 김우중 전 회장과 전직 '대우맨'들이 대거 사면받은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라건설도 예상대로 정몽원 전 회장이 사면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만큼 경제인들의 사면폭이 크지 않은 데 대해 재계는 전반적으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옛 대우그룹 관계자들은 김우중 전 회장을 비롯한 대우그룹 관계자들이 대부분 사면받은 데 대해 크게 환영했다.

대우그룹 임원 출신의 한 인사는 "늦게나마 김 전 회장을 비롯한 옛 동료들이 사면.복권돼 다행"이라며 "이들이 과거의 유산을 털고 국가경제 발전에 동참할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경제인의 대폭 사면을 요청해왔던 경제단체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경제계에서 사면을 호소했던 많은 분들 중 일부만 사면돼 서운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상무(조사1본부장)도 "21명의 경제인들이 사면돼 경제에 다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다행한 일"이라면서도 "사면 대상자의 수가 적어 아쉽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그동안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등과 함께 '보복 폭행' 사건에 연루됐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사면 대상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었다.

일부 재계 인사들은 경제인의 사면은 줄이면서 각종 비리에 연루된 전직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은 물론 불법 파업 주동자 등 공안 사범까지 무더기로 사면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번에 경제인들을 대거 사면했더라면 기업인들의 사기 진작과 기업가 정신 고취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환위기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범죄인으로 낙인 찍힌 경제인들이 적지 않다"며 "이런 분들은 잘해 보려다 실수를 저지른 만큼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올해 사면을 통해 모든 것을 털고 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친기업 성향의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계가 내놓고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서운함을 느낀 현 정부가 경제인 사면폭을 줄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재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인에 대한 대규모 사면을 기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번 사면 명단에서 빠진 경제인에 대한 폭넓은 사면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투자 활성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도 기업인들에 대한 사법적 족쇄를 풀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