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3.0 이젠 창조적 전환] (1부) 사업분야의 전환 ② PC 버린 IBM 지금은 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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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신세상 만들 기술에 올인
미국 뉴욕 맨하튼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호손시.뉴욕 인근 3개의 연구소로 구성된 IBM 왓슨연구소 중 하나인 호손연구소가 위치해 있다.
이곳에 설치돼 있는 산업솔루션랩(ISL)은 유비쿼터스(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가 펼치는 미래 생활의 축소판이다.
직장에 가기 위해 자가용 운전석에 앉았다.
목적지를 말하자 덜 막히는 다른 길을 안내해준다.
도로를 따라 설치되어 있는 센서로부터 미끄럼과 낙석주의 신호도 받는다.
인공지능과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장착돼 있기 때문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갑자기 집의 가스를 잠그고 왔는지 걱정된다.
하지만 집에 다시 갈 필요는 없다.
휴대폰으로 집에 전화를 건 뒤 버튼 동작 하나로 가스를 잠글 수 있다.
퇴근 시간에 저녁 반찬을 사기 위해 슈퍼마켓에 들렀다.
계산대가 따로 없다.
물건을 골라 주머니나 장바구니에 넣은 뒤 그냥 출입문을 빠져 나오면 그만이다.
물건에 붙어 있는 전자태그(RFID)와 출입문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바로 결제가 끝났기 때문이다.
쇼핑을 마치고 나오자 옷가게의 쇼윈도가 발걸음을 잡는다.
쇼윈도엔 인쇄 광고물 대신 프로젝터로 영사된 영상 광고가 흐르고 있다.
영상 광고에 나타난 옷에 손을 대면 마치 터치 스크린처럼 고른 옷에 관한 설명과 가격 정보가 담긴 화면이 뜬다.
프로젝터를 이용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광고 시스템이다.
이 연구소는 IBM 연구진들이 향후 5년 내 인간의 생활 방식을 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산업솔루션랩 프로그램 매니저인 제이 머독씨는 "매년 5000여명의 세계 각국 기업체 임원들이 이곳을 방문해 미래의 새로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IBM이 매년 개최하는 '글로벌 이노베이션 아웃룩(Global Innovation Outlook)'은 장기 성장동력을 찾는 자리다.
이 포럼에는 정부 시민단체 벤처기업 등 각계 인사가 모여 의료의 미래,기업의 미래 등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미래 신수종에 대한 영감을 얻는 자리인 셈이다.
IBM이 이처럼 혁신 기술 및 신사업 발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오랜 기업 역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사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시바 쿠마 IBM 비즈니스 전략 담당 부사장은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인션(업의 전환)이야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필수 요건"이라고 지적했다.
IBM은 한때 컴퓨터 외길의 기술 진보만을 고수한 채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안주하고 있다가 위기를 겪은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IBM은 1924년 설립 이후 메인프레임 미니컴퓨터 워크스테이션 PC 등을 잇따라 개발하며 미국의 경쟁력을 대변하는 위대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PC 시대로 진입하면서 IBM이 독점적으로 누리던 시장 환경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1991년부터 3년간 손실액이 160억달러(15조원)에 이를 정도였다.
'IBM은 끝났다'는 전망이 월가를 지배했다.
1993년 루 거스너 전 회장을 구원투수로 맞은 IBM은 컴퓨터 제조기업의 명성을 버리고 IT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변신했다.
회사의 자존심이던 PC사업부는 중국 레노보사에 매각했고 그 대신 프라이스워터하우스(PwC)를 인수해 컨설팅 사업에 진출했다.
지금까지 인터넷보안 업체 인터넷시큐리티시스템즈(ISS)와 기업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전문 업체 코그너스를 인수하는 등 66개에 이르는 기업을 사들였다.
뉴욕=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