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일(南 盛 日) < 서강대 경제대학원장 >

새해가 밝았다.

금년은 새 정부가 출범하는 해인 만큼 여느 해보다 기대가 크다.

개인은 개인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저마다 금년에는 더 잘 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기대와 희망이 새로 출범하는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라가 지향해야 할 목표로 선진화를 제시했고 국민의 지지를 받았으므로 이제 해야 할 일을 착실하게 진전시킨다면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새 정부가 해야 할 일 중 중요한 것은 그간 출력이 약해진 성장엔진을 손질해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가지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매우 시급한 과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는 것이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따라서 인재를 바른 시기에,바른 장소에 쓰는 일이 중요하다.

또 성과에 맞는 보수를 지급함으로써 현재는 물론 미래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에서는 사람을 쓰고 보상을 주는 일이 능력과 관계없이 획일적 기준으로 이루어져 매우 경직적이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결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음은 다른 나라의 예를 들지 않아도 자명(自明)하다.

막힌 곳은 뚫어야 한다.

사람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며 우수한 사람을 더 중요한 자리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무능하거나 게으른 사람을 퇴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정규직의 경직성이다.

일단 취직이 되고 나면 성과와 관계없이 고용이 보장되며 봉급은 매년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입으로는 글로벌 기업을 외치지만 팔다리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형국이다.

정규직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사자인 경영자의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된다.

조직의 목표에 맞춰 근로자의 진입과 퇴출을 결정하는 인사제도를 만들고 실천해야 한다.

인사제도라 하여 거창할 필요는 없다.

우수한 사람은 승진하고 기준에 미흡한 사람은 한두 차례 기회를 준 뒤 그래도 못미치면 퇴출된다는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규정이면 족하다.

중요한 것은 이를 매뉴얼화하고 공정하게 집행하는 것이다.

많은 경영자들이 현재의 경직성은 노동조합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푸는 것은 경영자의 몫이다.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는 이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노조를 포함한 직원 전체를 끝까지 설득하는 찰거머리 정신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경직성이 초래된 데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노동운동에 대한 지나친 관대함과 전투적 노조에 대한 눈치보기가 일을 키웠다.

정부는 우선 기존의 법이라도 충실히 집행해 질서를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합법적 노동운동은 보호하되 정당한 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체의 행위는 단호하게 의법조치해야 한다.

특히 협상대상이 아닌 것을 트집잡아 사업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집단행위와 근로자로 볼 수 없는 자영자들의 집단행동은 초기에 단속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직성을 완화하는 규제개혁을 이루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법 자체가 경직성을 안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임의고용(employment at will) 원칙에 따라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 따라 고용관계가 종료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이것이 너무 급격한 변화라면 우선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경우'에 해고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득권을 깨는 제도개선에 대해 노동계의 반발은 거셀 것이다.

이를 성사시키려면 지도자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도자의 용기를 뒷받침해주는 건 국민의 지지이다.

선진화를 위해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는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 법제도 개선이 또한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도자가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국회 구성을 포함해 국민의 압도적 지지가 구체화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