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개혁 개방 30년의 환골탈태 (2) 글로벌 메가시티의 꿈

중국 남부 연안도시 선전의 최대 번화가인 푸톈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는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들의 고급 세단이 빼곡히 차 있다.특이한 것은 일부 차량은 자동차 번호판을 2개씩 달고 있는 것. 선전과 홍콩,마카오 등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차량들이다.

왼쪽에 운전석이 있는 중국식 차량과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는 홍콩식이 뒤섞인지도 오래다.

덩샤오핑이 1978년 '선부론'(先富論)과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을 내세워 개혁ㆍ개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선전과 40㎞ 떨어진 홍콩의 경제 통합이 이미 시작됐음이 느껴졌다.

선전항에 들어서면 수많은 크레인과 쉴 새 없이 오가는 대형 차량에 놀란다.

축구장 360개 크기,연간 처리 물동량은 1억7597만t.인구 3만명이 거주하던 작은 어촌이 30여년만에세계 4위의 거대 항만으로 탈바꿈했다.

선전의 4개 항만 중 동쪽에 있는 'YICT'가 규모 면에서 가장 크다.

이곳에서만 연간 940만TEU(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규모)의 물량이 처리된다.

선전 전체 물동량인 2110만TEU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YICT 물동량은 2000년대 들어 매년 14~15%씩 증가하고 있다.

선전항은 미주,유럽,아시아 물류를 싹쓸이 하고 있다.

선전항에서 미국 월마트로 보내는 제품만 연간 20만TEU에 달한다.

선전항의 경쟁력은 TEU당 100달러나 싼 해상운임 때문만은 아니다.

최첨단 관리 시스템을 갖췄으며,고속도로 철도 등과의 접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항만 내 터미널의 생산성은 한 시간에 35개의 크레인을 다룰 수 있다.

시간당 20여개를 가동하는 한국의 항만을 크게 앞선다.

라라 뤄 YICT 기업연락 주임은 "13개인 YICT의 선석 수를 앞으로 5년간 19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만 처리 능력이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활동이 역동적이라는 뜻이다.삼성전자,마쓰시타,도시바 등 30여개의 세계적 전자업체들이 선전을 부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인구 증가는 폭발적이다.1970년대 후반 3만명이던 인구는 1000만명 정도로 늘었다.

유동인구까지 합치면 15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관광객들도 급증하고 있다.

2006년 선전의 전체 여행객 수는 2317만명으로 전년보다 8.1%가량 증가했다.

가오위량 선전 뉴타임호텔 사장은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선전시내에 5성급 호텔만 27개,4성급 호텔은 40여개가 운영중"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홍콩식 고급 인테리어를 도입한 고급 백화점만 7개가 생겼다.

서울 용산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 격인 화창베이루에는 궈메이,쑤닝,쉰디안 등 3개의 대형 전자매장이 성업 중이다.

쑤닝의 삼성전자 TV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리화빈씨는 "쑤닝에만 하루 4만~5만명의 쇼핑족들이 드나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속한 경제 성장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은 치솟고 있다.

선전시내 아파트는 3.3㎡(1평)당 한국돈으로 1000만원 정도가 보통이다.

이성만 우리은행 선전지점장은 "3년 전 2억원 정도이던 푸톈 지역의 191㎡(57평)짜리 아파트가 최근 7억원을 넘어섰다"며 "2~3년 전에 비해 세 배 정도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김영호 선전룽다투자회사 부회장은 "현재 선전의 아파트 및 오피스빌딩 시세는 아직 홍콩의 30~50% 수준"이라며 "앞으로 선전의 부동산 가격은 5~10년 동안 200% 이상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근 광저우시도 상황은 비슷했다.

김정태 KOTRA 광저우무역관 과장은 "이 지역 아파트 값은 최근 2~3년 동안 두 배 정도 올랐다"며 "특히 광저우의 압구정동 격인 주장신청(珠江新城) 지역은 작년 말 기준으로 3.3㎡당 1100만원을 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선전은 이제 홍콩과의 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30만명에 가까운 홍콩인들이 승용차와 기차를 타고 선전으로 건너온다.

선전과 홍콩을 잇는 총연장 5.5㎞짜리 선전만대교가 작년 7월 개통돼 선전 서커우에서 홍콩 중심지까지 닿는 시간이 45분에서 30분으로 줄었다.

중국인들은 홍콩에 들어갈 때 통행증을 받아야 하지만 선전시 거주를 증명하는 신분증만 있으면 자유롭게 홍콩을 오갈 수 있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헨리 탕 홍콩 정무사장(총리 격)과 쉬중헝 선전시장은 작년 말 세계적인 거대 도시 건설을 위한 7개 조항에 이미 합의했다.

탕 정무사장은 뉴욕이나 런던을 면밀히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우 삼성토탈 홍콩ㆍ선전사무소장은 "2020년까지 선전과 홍콩을 통합해 글로벌 메가시티가 탄생하면 생산 총액이 약 1000조원에 달한다"며 "이는 뉴욕 도쿄에 이은 세계 3위의 경제도시가 탄생함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왕하이중 중산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경제 발전의 중심축이 서양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선전과 홍콩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