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핀 키들랜드-남성일, 소득분배 치중땐 세율 상승 세금 많으면 일할 맛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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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키들랜드 < 노벨경제학상수상ㆍ美 UC샌타바버라대 교수 >
남성일 < 서강대 경제대학원장 >
■ 고광철 국제부장
'정부의 정책행위보다 가계와 기업 등 일반 경제주체들의 예측이 더 중요하다.' 200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핀 키들랜드 미 UC샌타바버라대 교수는 가계와 기업이 미래를 내다보고 내리는 소비ㆍ투자ㆍ노동 공급 등에 대해 내리는 결정이 경기순환에 결정적인 변화를 준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정부 정책도 이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도록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들랜드 교수는 최근 서강대학교가 SK슈펙스 기금을 받아 마련한 학술강연회에 연사로 참석하기위해 한국에 왔다.한국경제신문은 키들랜드 교수,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고광철 한국경제신문 국제부장과의 좌담회를 마련,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과 세계경제동향에 대해 들어봤다.키들랜드 교수는 장기 조세정책방향을 예고한 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아일랜드의 성공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철 부장=이명박 정부가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급히 취해야 할 정책은 어떤 것이 있나요.
▷키들랜드 교수=경제성장의 주요 동인으로 혁신활동(Innovative Activity)과 기술진보(Technological Progress)를 꼽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 정부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혁신활동을 장려하고 인적ㆍ물적 자본을 축적시키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동태적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시간 불일치)'이라는 함정에 빠져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고 부장=동태적 비일관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키들랜드 교수=상충관계에 있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정부가 긴축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나면 경기부양책을 펴 실업률을 낮추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이처럼 상황이 변한 후 정부의 정책목표가 바뀌는 것이 동태적 비일관성입니다.그 과정에서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져 인플레이션도 못잡고 실업률도 낮추지 못하게 되죠.
▷고 부장=정부가 동태적 비일관성에 빠져서는 안되는 이유는 뭡니까.
▷키들랜드 교수=바로 민간부문의 경제주체들이 소비나 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 정부 정책에 대한 예측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결정하더라도 민간은 정부가 언젠가는 다시 경기부양책을 쓸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종국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하는 결과가 됩니다.
▷남성일 원장=실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그랬습니다.
지난 외환위기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자 장기 불황을 두려워했던 관료들은 각종 건설경기 부양책을 쏟아냈습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고 투기세력이 판을 쳤습니다.
여기에 놀란 정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갖가지 규제수단을 동원했지만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시장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바로 부동산 정책과 관련 부처가 동태적 비일관성이라는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지요.
▷키들랜드 교수=1980~90년대 남미의 아르헨티나 역시 비슷한 과오를 범했습니다.
1980년대 포퓰리즘을 앞세웠던 아르헨티나는 10년간의 장기 불황에 빠졌지만 이후 1990~9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5~6%를 기록하는 등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기간 경제성장률은 생산성 향상 정도에 비해 오히려 훨씬 낮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즉 이보다 더 큰 폭의 성장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던 것은 정부가 정책을 자주 변경함으로써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고 부장=교수님은 혁신과 기술개발이 경제성장의 주요 동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혁신과 기술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새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키들랜드 교수=먼저 소득세율을 낮춰 투자심리와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저와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에드워드 프레스콧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이 실업률이 높고 성장이 정체된 것은 소득분배(Income Equalizing)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소득세율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일단 세율을 낮추고 개방적인 투자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정책도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겠지요.
▷고 부장=성공 사례가 있는지요.
▷키들랜드 교수=대표적인 예로 아일랜드를 들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세율을 낮추고 외국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현재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부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아일랜드 정부의 일관된 정책입니다.
아일랜드는 이미 1999년 향후 10년간 세율을 포함한 조세정책을 확정ㆍ발표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지요.
▷고 부장=지금까지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해 강조하셨는데 그렇다면 어떠한 정책이든 한번 도입됐다면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키들랜드 교수=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논의는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이 올바른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진행된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동태적 비일관성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제 논의의 핵심입니다.
정책효과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국민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나쁜 정책은 당연히 폐기 처분해야 하겠지요.
▷남 원장=한국에서는 작년부터 부동산시장 안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주택 토지 등에 부과되는 재산세 부담이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이로 인한 조세 저항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키들랜드 교수=선진국에서 재산세는 지방세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주택 토지 등 재산을 유지 보호할 책무가 지방정부에 있기 때문이죠.즉 어떤 주는 부동산 세율을 높였는데 그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다른 주로 이사해 버리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군요.
▷고 부장=최근 서브프라임 위기,유가 급등 등으로 인해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새해도 역시 세계경제에 가장 큰 이슈가 될 것 같은데 교수님의 견해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키들랜드 교수=사실 현재의 경제 상황만을 놓고 볼 때 스태그플레이션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2~3% 수준으로 과거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 인플레이션율이 1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습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유가 급등의 영향력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약화됐습니다.
실제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려면 이보다 더 큰 충격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보다 재량적(discretionary)으로 행동해 물가 변동성을 확대한다든지 하는 등의 추가적 요인이 필요합니다.
정리=이호기/사진=허문찬 기자 hglee@hankyung.com
남성일 < 서강대 경제대학원장 >
■ 고광철 국제부장
'정부의 정책행위보다 가계와 기업 등 일반 경제주체들의 예측이 더 중요하다.' 200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핀 키들랜드 미 UC샌타바버라대 교수는 가계와 기업이 미래를 내다보고 내리는 소비ㆍ투자ㆍ노동 공급 등에 대해 내리는 결정이 경기순환에 결정적인 변화를 준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정부 정책도 이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도록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들랜드 교수는 최근 서강대학교가 SK슈펙스 기금을 받아 마련한 학술강연회에 연사로 참석하기위해 한국에 왔다.한국경제신문은 키들랜드 교수,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고광철 한국경제신문 국제부장과의 좌담회를 마련,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과 세계경제동향에 대해 들어봤다.키들랜드 교수는 장기 조세정책방향을 예고한 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아일랜드의 성공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철 부장=이명박 정부가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급히 취해야 할 정책은 어떤 것이 있나요.
▷키들랜드 교수=경제성장의 주요 동인으로 혁신활동(Innovative Activity)과 기술진보(Technological Progress)를 꼽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 정부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혁신활동을 장려하고 인적ㆍ물적 자본을 축적시키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동태적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시간 불일치)'이라는 함정에 빠져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고 부장=동태적 비일관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키들랜드 교수=상충관계에 있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정부가 긴축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나면 경기부양책을 펴 실업률을 낮추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이처럼 상황이 변한 후 정부의 정책목표가 바뀌는 것이 동태적 비일관성입니다.그 과정에서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져 인플레이션도 못잡고 실업률도 낮추지 못하게 되죠.
▷고 부장=정부가 동태적 비일관성에 빠져서는 안되는 이유는 뭡니까.
▷키들랜드 교수=바로 민간부문의 경제주체들이 소비나 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 정부 정책에 대한 예측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결정하더라도 민간은 정부가 언젠가는 다시 경기부양책을 쓸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종국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하는 결과가 됩니다.
▷남성일 원장=실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그랬습니다.
지난 외환위기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자 장기 불황을 두려워했던 관료들은 각종 건설경기 부양책을 쏟아냈습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고 투기세력이 판을 쳤습니다.
여기에 놀란 정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갖가지 규제수단을 동원했지만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시장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바로 부동산 정책과 관련 부처가 동태적 비일관성이라는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지요.
▷키들랜드 교수=1980~90년대 남미의 아르헨티나 역시 비슷한 과오를 범했습니다.
1980년대 포퓰리즘을 앞세웠던 아르헨티나는 10년간의 장기 불황에 빠졌지만 이후 1990~9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5~6%를 기록하는 등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기간 경제성장률은 생산성 향상 정도에 비해 오히려 훨씬 낮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즉 이보다 더 큰 폭의 성장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던 것은 정부가 정책을 자주 변경함으로써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고 부장=교수님은 혁신과 기술개발이 경제성장의 주요 동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혁신과 기술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새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키들랜드 교수=먼저 소득세율을 낮춰 투자심리와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저와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에드워드 프레스콧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이 실업률이 높고 성장이 정체된 것은 소득분배(Income Equalizing)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소득세율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일단 세율을 낮추고 개방적인 투자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정책도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겠지요.
▷고 부장=성공 사례가 있는지요.
▷키들랜드 교수=대표적인 예로 아일랜드를 들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세율을 낮추고 외국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현재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부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아일랜드 정부의 일관된 정책입니다.
아일랜드는 이미 1999년 향후 10년간 세율을 포함한 조세정책을 확정ㆍ발표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지요.
▷고 부장=지금까지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해 강조하셨는데 그렇다면 어떠한 정책이든 한번 도입됐다면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키들랜드 교수=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논의는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이 올바른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진행된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동태적 비일관성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제 논의의 핵심입니다.
정책효과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국민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나쁜 정책은 당연히 폐기 처분해야 하겠지요.
▷남 원장=한국에서는 작년부터 부동산시장 안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주택 토지 등에 부과되는 재산세 부담이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이로 인한 조세 저항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키들랜드 교수=선진국에서 재산세는 지방세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주택 토지 등 재산을 유지 보호할 책무가 지방정부에 있기 때문이죠.즉 어떤 주는 부동산 세율을 높였는데 그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다른 주로 이사해 버리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군요.
▷고 부장=최근 서브프라임 위기,유가 급등 등으로 인해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새해도 역시 세계경제에 가장 큰 이슈가 될 것 같은데 교수님의 견해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키들랜드 교수=사실 현재의 경제 상황만을 놓고 볼 때 스태그플레이션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2~3% 수준으로 과거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 인플레이션율이 1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습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유가 급등의 영향력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약화됐습니다.
실제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려면 이보다 더 큰 충격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보다 재량적(discretionary)으로 행동해 물가 변동성을 확대한다든지 하는 등의 추가적 요인이 필요합니다.
정리=이호기/사진=허문찬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