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아시아 각국의 지구온난화 대책을 지원하기 위해 수백억엔 규모의 기금(펀드)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2일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의 정부계 금융회사인 국제협력은행(JBIC)은 아시아 각국이 지구온난화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본 기업의 에너지 절감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대형 은행들과 함께 새로운 펀드를 설립할 방침이다.

국제협력은행은 올해 중 일본의 미즈호은행과 중국 정부가 출자한 중국수출입은행 등과 공동으로 이 펀드에 출자하는 것을 현재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 경제성장으로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선 일본 기업이 갖고 있는 우수한 에너지 절감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늘고 있다.

수백억엔 규모로 조성될 이 펀드는 예컨대 중국의 발전소나 제철소가 일본 기업의 기술 협력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발전설비를 도입하는 사업을 벌일 때 자금 지원을 해주게 된다.

국제협력은행은 또 에너지 절감 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이전하는 목적으로 다른 대형 은행과 종합상사 등이 계획하고 있는 별도의 펀드에 대해서도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그 같은 환경 펀드 참여 등을 통해 유엔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교토의정서 이후의 새로운 지구온난화 대책 틀을 마련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에너지 절감 기술의 지원과 보급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말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18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환경 펀드'를 중국과 일본이 공동 조성해 중국의 환경오염 방지시설 현대화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