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숙제 주식회사' 출간

하기 싫은 숙제, 누가 대신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동네 아이들이 모여 숙제를 대행해주는 회사를 차린다는 내용의 동화 '숙제 주식회사'(우리교육 펴냄)는 40여 년전인 1966년에 처음 출간됐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솔깃하게 다가오니 말이다.

배경은 일본 벚꽃 시에 있는 벚꽃 초등학교. 이 학교 5학년 3반 학생인 다케시와 아키코 등 6명이 숙제 대행회사의 구성원이다.

이들이 회사를 차리게 된 것은 학교 다닐 때 공부라고는 하지 않던 동네 형이 야구선수가 돼 1천만 엔이라는 거액을 계약금으로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졸업한 이웃집 누나가 받는 한 달 월급이 2만5천 엔인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돈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2만5천 엔, 야구만 하고 1천만엔. 공부하는 게 정말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어."
허탈해하던 아이들은 문득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숙제를 대신해주고 돈을 받는 것! 이것이 '숙제 주식회사'의 탄생 배경이다.

남의 숙제를 해 주고 돈을 번다니, 어이없고 황당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의 고민은 진지하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꼭 공부를 열심히 해야만 성공을 하는 것인지, 옳고 그르다는 것의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교실에서 지구본을 먼저 보려다 벌어진 싸움이 계기가 돼 '숙제 주식회사'의 정체는 선생님에게 발각되고 만다.

다케시 사장과 사원들은 쓸쓸한 해산식을 갖지만 숙제 주식회사를 경영해본 경험은 아이들의 생각을 훌쩍 자라게 했다.

1년 뒤, '숙제 주식회사'의 멤버들은 다시 뭉쳐 '시험ㆍ숙제 없애기 조합'을 만들고 무리한 숙제 줄이기 운동을 시작한다.

바라는 미래는 그냥 기다린다고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숙제 대행 회사라는 솔깃한 아이디어로 이야기는 시작하지만 작가가 전하는 주제 의식은 묵직하다.

자동화 바람으로 대량 해고에 직면한 전화 교환수들의 이야기나 입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의 모습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현실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남는다.

1967년 일본아동문학자협회상 수상작.
후루타 다루히 지음. 김정화 옮김. 윤정주 그림. 272쪽. 8천500원.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nan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