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강화로 브랜드 인지도 UPㆍ휴대폰ㆍTV 부문서 세계5위 오르겠다"

중국 최대 TV 생산업체인 TCL은 2003년 세계 전자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 최대 가전업체인 톰슨의 TV 사업부문을 인수,컬러TV 생산량에서 단숨에 세계 3위 기업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듬해에는 프랑스 알카텔의 휴대폰 사업부문까지 사들여 유럽 인수ㆍ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를 진두지휘한 인물이 TCL그룹의 리둥성 회장(50)이다.

하지만 톰슨과 알카텔에서 인수한 사업이 적자를 내면서 TCL은 중국 언론에서 저우추취(走出去ㆍ해외 진출)에 실패한 기업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선전에 있는 TCL 제2본사 회장실에서 만난 리 회장의 얼굴에는 여전히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리 회장은 TCL 등 중국 대기업들이 글로벌 회사로 성장할 것으로 낙관했다.

TCL은 지난해 521억위안(약 6조25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화 진행 과정은.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10년간 해외 사업 비중을 대폭 확대할 것이다. TCL도 마찬가지다. 현재 54%인 해외 사업 비중을 10~20%포인트 더 높일 계획이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꼽는다면.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로 경쟁력을 키워 왔지만 위안화 가치 및 제품 원가 상승 등으로 가격 우위가 약해졌다.

최근 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생산성 제고뿐만 아니라 브랜드 파워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기업의 기술이나 품질이 아직 서구 기업보다 떨어지지만 근면 희생 등 '아시아적 정신'은 장기적으로 미국 유럽 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중국 전자업계가 한국이나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보나.

"기업별로 보면 매출 규모에서 아직 차이가 크다.

중국 최고 수준의 전자업체가 삼성전자,LG전자,소니 등의 수준에 도달하려면 최소한 10년은 걸린다.

그 뒤에는 국내외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들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화 과정에서 TCL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PC와 전기제품 부문은 이미 매각했다.

TCL은 멀티미디어 통신 가전 부품 등 4개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금융 부동산 물류 서비스 등의 사업은 TCL코퍼레이션에 넘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장기 사업 비전은.

"향후 5년 내에 매출 기준으로 TV 및 휴대폰 시장에서 세계 5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TV의 경우 생산량 기준으로는 세계 3위지만 매출에선 10위권 밖이다.

매출을 키운다는 건 고부가가치 제품에서도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들 중 상당수가 고전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중국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야 한다.

또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사회 공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올해로 개혁ㆍ개방이 30년을 맞았다.

기업인으로서 감회가 있다면.

"26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했을 때 1년간 모은 월급으로 TV를 샀다.

지금 대학을 졸업한 직원들은 보름치 월급으로 더 좋은 TV를 살 수 있다.

이게 중국 개혁ㆍ개방 30년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