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秉 錫 <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bschung@kut.ac.kr >

박정희 대통령은 지방을 순시할 때 그 지역의 직업훈련원이나 공업고교를 방문하곤 했다.

기능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훈련 중인 훈련생이나 교사들을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챙겨야 할 일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그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느 것에 집중할 것인가는 대통령의 철학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하면서 우리의 핵심 관건은 자본과 인력문제였다.

자본 부족은 차관을 얻고 저축을 독려해 해결했지만,기능기술인력 부족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직업훈련원도 차관 자금으로 건립하고 그 운영에 대해서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갖게 됐다.

도지사를 공공직업훈련원의 이사장으로 임명하고 지역의 유력 기관장이나 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이사로 참여해 직업훈련원 운영에 관련된 예산이나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하게 했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이 우승하기 시작한 것도 1977년 네덜란드 대회부터다.

당시 메달리스트가 귀국할 때는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국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기능인력 양성은 정부의 핵심 시책의 하나였고,직업훈련원과 공고 등에 대해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이 있었다.

그래서 직업훈련원이나 공고에는 가정 형편이 어렵더라도 꿈과 열정을 가진 우수한 학생이 많이 지원했다.

이들은 고도 성장 과정에서 훌륭한 산업역군으로 기여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 이후로는 대통령의 직업훈련원이나 공고 방문은 접하기 어려운 뉴스가 되었다.

박 대통령 이후로 기능인력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급속히 감소하면서 직업훈련원 지원자도 줄고 국민의 관심도 식었다.

1970년대에는 문과보다 이과 고교 지망생이 훨씬 많았다.

이과 학생들에게는 전자ㆍ기계ㆍ화학ㆍ조선 관련 학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요즘 우수한 학생이 법대와 의대에 몰리는 현상과는 너무나도 대비된다.

최근 이공계 기피현상의 원인을 대통령부터 사회 지도층의 이공계에 대한 관심 부족에서 찾는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어쨌든 대통령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되면 사회의 관심을 끌게 되고,이공계에 우수한 인적자원을 끌어 모으는 것도 가능해 진다.

지식정보화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인력 문제를 대통령의 관심에서 시작해 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