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가 저출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키로 한 '신혼부부 내집마련 지원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될지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간 12만가구의 신혼부부용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이 구상이 실행되면 부양가족이 많은 장기 무주택자를 우대하는 현행 청약가점제로 인해 아파트 당첨 기회가 줄어든 신혼부부들의 내집마련이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진다.

매년 30만쌍 안팎의 신혼부부가 탄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신혼부부의 40% 정도가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청약가점제와 상충되는 측면이 있는 데다 무주택 기성 부부 등과의 역차별 논란을 초래할 소지도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3자녀 세대주에 대한 우선공급제도처럼 신혼부부들이 신규주택의 일정비율을 특별분양받도록 하는 등의 시행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차기 정부는 매년 신혼부부용으로 분양면적 기준으로 65~80㎡(18~24평)형 주택 12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저소득층용 복지임대 및 분양주택이 4만8000가구,중상위 계층용 일반분양주택이 7만2000가구다.

이들 주택은 서울 등 수도권과 광역시에 거주하는 34세(여성 기준) 미만의 무주택 세대로,새로 도입될 '신혼부부 주택마련 청약저축'에 가입한 사람에게 공급된다.

주택은 첫 출산 후 1년 안에 공급한다는 것이 차기 정부의 방침이다.

최장 10년간 전매가 금지되지만,자녀수가 많을수록 전매제한 기간이 줄어든다.

분양가는 복지분양주택의 경우 계약금 성격의 입주금으로 3000만~5000만원을 낸 뒤 입주할 때 1억200만~1억4000만원을 연 2~3%의 장기 저리로 대출받아 추가로 내게 된다.

대출금은 매월 40만~55만원의 원리금을 30년간 상환하는 방식이다.

또 복지임대주택은 보증금 1000만~1500만원에 매월 20만~30만원의 임대료를 내게 된다.

중산층 신혼부부에게 공급되는 일반분양 주택은 우선 입주권을 주고,분양가는 일반주택과 똑같이 책정하는 대신 집값의 70%를 장기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구상이 시행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매년 12만가구의 신규주택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부가 제시하는 연간 주택공급 목표가 50만가구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24%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차기 정부는 이를 위해 재개발.재건축.주거환경개선지구의 용적률을 10%포인트 올리고 대도시 주변의 한계농지와 산지.구릉지,그린벨트 훼손지역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렇지만 수도권에서는 가뜩이나 집 지을 땅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얼마나 택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이미 계획된 주택공급에 영향이 없도록 신혼부부용 주택을 따로 지을 경우 주택공급 물량이 매년 62만가구로 늘어 자칫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을 자초할 수도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청약가점제를 다시 손질해야 한다는 부담도 문제다.

신혼부부들에게 주택 우선입주권을 주는 것은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가입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수가 많은 사람을 우대하는 가점제와 상충되기 때문이다.

또 결혼한 지 5~10년 된 무주택 부부도 많은 실정에서 신혼부부들만 특별대우하는 게 과연 타당성이 있느냐는 역차별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출산장려'라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주택분양시장과 수요자들의 충격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를 위해 우선 청약가점제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현행 3자녀 우선공급제도처럼 신규주택의 일정비율에 한해 특별분양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경제정책 포럼에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 것이 아니라 지금의 청약 시스템 안에서 특별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주택 우선청약 혜택보다 자금지원 측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집을 사거나 전셋집을 얻으려면 목돈이 필요한데 신혼부부들은 대부분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애로"라며 "아파트 우선 입주권을 주는 것보다 전세자금 대출 등 자금마련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시장에서 특정계층에게 우선 분양.입주권을 준다는 것 자체가 타당한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장려를 위해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환매조건부 주택공급을 늘려 신혼부부들이 일정기간 거주한 뒤 공급자에게 되팔도록 해 또다른 신혼부부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