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작년만 할까" … 20% 줄듯

과잉경쟁에 수익성 악화 우려도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는 한마디로 '잔칫집'이었다.

주요 업체들이 사상 최대 수주실적을 모두 갈아치울 정도로 '손님'이 몰린 덕분이다.

특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글로벌 빅3'는 처음으로 '한 해 200억달러 수주 클럽'에 가입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제 관심은 2007년의 '슈퍼 호황'이 2008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일단 조선업계 CEO(최고경영자)들은 대체적으로 올해 수주물량이 작년보다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년치 일감을 확보한 만큼 벌크선처럼 부가가치가 낮은 선박을 굳이 수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대형 유조선 등 '돈 되는' 선박만 집중적으로 수주하다 보면 물량 측면에선 작년 기록을 깨기 힘들다는 것.여기에 중국의 긴축정책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여파로 세계 경제가 위축될 경우 아예 신조선 발주량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조선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한 올해 선박 수주 목표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작년 실적(253억달러)보다 상당폭 낮춰 잡았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수주 목표를 작년 실적(212억달러)에 비해 30%가량 줄어든 150억~160억달러로 책정했으며,지난해 215억달러어치를 수주한 대우조선해양 역시 올해 수주 목표치를 175억달러로 줄였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총 수주량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들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지난해 수주실적이 너무 좋았던 덕분일 뿐 조선경기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선업체들이 수주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설정하는 관행에 비춰볼 때 의외로 작년 기록을 깰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해 초 현대중공업의 수주목표액은 180억달러였으며,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목표치는 각각 110억달러에 불과했었다.



올해 수익성에 대해선 CEO들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남 사장은 "올해 수주물량은 줄더라도 매출과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 5~6년 전부터 수주하기 시작한 고부가가치 선박 물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로 인식되는 만큼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은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 사장은 "국내외 경쟁업체들이 '시설 과잉'이 우려될 정도로 신.증설 투자를 한 탓에 수주 경쟁이 심화되면서 2004년 이후 상승곡선을 그려온 배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유가 및 원자재가의 상승과 원.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급격한 수익률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 역시 "조선업체들의 경쟁적인 설비 확장 탓에 올 한 해 강재 부족과 이에 따른 강재가격 인상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