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이명박 당선인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 간 파열음이 커지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측이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지난 2일 이 당선인의 '취임 후 공천' 시사 발언에 대해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하고 친박(親朴)일각에서 "당선인 측이 계속 모른 척하면 우리는 살 길을 개척하는 수밖에 없다"는 강경론이 일고 있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는 박 전대표의 향후 행보와 이 전 총재가 추진하는 보수신당의 미래가 복잡한 함수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구ㆍ경북(TK)은 물론 영남권 전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지지의원들과 함께 탈당,보수신당에 합류하는 '최선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보수신당은 충청과 영남을 기반으로 정국에 무시 못할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높은 대중적 인기를 자랑하는 박 전 대표가 신당에 합류할 경우 '이회창-박근혜' 양축을 통해 4ㆍ9 총선에서 '제1 야당'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배어 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남아 있더라도 이 당선인 측이 공언하고 있는 '물갈이'에 위협을 느낀 친박 의원 일부가 탈당,보수신당의 외연을 넓혀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전 총재 측은 최근 박 전 대표의 불만을 십분 이해한다며 '구애'에 나서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한나라당의 내부 사정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최근 들어 친박 의원들과의 접촉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다.

실제 강삼재 창당기획단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총선 전에 몇 석을 가진 정당이 될지 누가 아느냐"면서 "오는 10일 이후 창당준비위를 띄우면 현역 의원들도 많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