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각) 100달러를 터치했던 국제유가가 4일에도 장중 100.09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하루만에 갈아치웠다.

종가가 99달러선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유가 100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과 같은 유가의 움직임은 당분간 미국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글로벌 증시의 등락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윤자경 연구원은 4일 "유가 상승이 비교적 시간을 두고 진행돼 왔다는 점, 유가 상승의 1차 원인이 이머징 국가의 성장 스토리에 있다는 점 등에서 100이라는 숫자 자체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마지노선이었던 100달러가 뚫리면서 투자심리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고유가가 어제 오늘일은 아니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그는 글로벌 경기가 좋아서 생긴 후행적인 현상이라는 측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유가 상승이 글로벌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과도한 경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

윤 연구원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진원지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의 경우 물가 상승은 빠른 성장에 수반되는 부산물의 성격이 강하고, 중국 정부가 금리인상을 무기로 긴축 기조를 늦추지 않고 있어 물가 상승에 따른 성장 스토리 훼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화가 거의 모든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어 자국통화 기준으로 환산할 때 실질 유가 상승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동양종금증권의 이재만 연구원은 "변동성이 낮은 완만한 유가 상승은 국내 증시에 오히려 긍정적 모멘텀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거 데이터로 보면 유가와 코스피 지수는 동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유가 변동성과의 상관성이 높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유가 변동성이 높았던 구간에서는 코스피가 하락했었지만, 변동성이 낮았던 구간에서는 코스피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연구원은 "유가 변동성이 2005년 이후 평균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 고점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최근의 급등에도 유가 변동성은 여전히 낮은 구간에 속해 있어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과 소비 동향은 여전히 양호해 美 경기가 본격적인 리세션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국제유가 상승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