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반등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주식시장이 또다시 고꾸라지고 있다.

잠잠해지는 듯 했던 프로그램 매물이 다시 빠른 속도로 출회되며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 베이시스 수준에서 추가로 나올만한 차익잔고 물량은 2000억~30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일 오전 11시15분 현재 시장에서는 차익거래로만 2495억원의 매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밖으로 눈을 돌려보자.

국제유가는 또 한차례 100달러선을 넘나들었고, 뉴욕 증시는 5일 있을 고용지표 결과를 기다리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어서 미국의 고용지표 결과는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 발표도 유가 상승이 인플레 위험으로 전이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기준선 위에 있는 ISM 서비스업 지수의 둔화 정도 역시 체크해야할 요인으로 지적.

다소 부진했던 제조업과 함께 서비스업의 전망도 어두울 경우 월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 시점에서 시장의 흐름을 돌려놓을만한 긍정적인 시그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연말 투기적으로 유입됐던 프로그램 물량 청산이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급상의 부담은 서서히 줄어들 수 있다.

현대증권 김영각 연구원은 "지수가 1800선에 근접하는 상황에서는 기관도 지수 방어를 위해 움직이고 있어 급락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정의 진원지인 미국 증시와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신호들은 포착되고 있다.

오는 14일과 28일(현지시각) 연준의 단기 유동성 공급이 예정돼 있는데다 금리인하 확률도 점차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대신증권 홍순표 연구원은 "0%였던 50bp 인하 가능성도 26%로 올라서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 증시의 하락 리스크를 완화시켜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용경색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미국의 주택경기도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어 우호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국제유가도 시각을 조금만 틀면 중동과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자금 여력 확보에 따른 투자확대 등 리싸이클링 효과가 기대돼 긍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에선 글로벌 변수를 비우호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는게 이들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연초 주가가 내린다고 해서 한해가 나쁘리라는 법도 없다.

그만큼 지나친 우려와 비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한화증권은 "어닝시즌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예상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면서 "어닝시즌의 의외성을 한번 기대해보자"고 말했다.

포스코와 삼성전자의 실적발표 영향권에 접어들 다음주 중반 이후 시장이 변화의 시기를 맞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유불급'과 '고진감래'.

유가를 위시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곡물가격 상승 등 이제는 눈엣가시가 되고 있는 귀찮은 재료들을 인내를 가지고 견뎌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눈높이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이 주어졌다는 점에서 초반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