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 사는 김보라양(6)은 최근 '고셔병'이라는 희귀 질환으로 진단돼 치료를 받고 있다.

다섯살 무렵부터 조금만 놀아도 다른 아이들보다 자주 피곤해해서 부모가 걱정은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점차 증상이 심해지고 척추까지 통증이 뻗치자 병원을 찾게 됐다.

인근 대형병원에서는 희귀질환일 가능성이 높으니깐 서울로 올라가서 정밀검진을 받아보라는 의사의 소견이 나왔다.

이 말을 듣고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클리닉에서 혈액과 표피세포를 이용해 유전자검사를 받아봤더니 글루코세레브로시데이즈(glucocerebrosidase)라는 효소에 유전적 이상이 생긴 '고셔병'임을 알게 됐다.

이처럼 국내서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3만7000명으로 추산된다.

희귀질환은 이름조차 생소할 뿐만 아니라 평생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 대부분이라서 정확한 진단은 물론 병의 경과나 치료방향 결정,치료결과 또는 재발 위험성에 대한 예측 등이 복잡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이 클리닉은 소아과 산부인과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3명이 한 팀을 이뤄 월 평균 350여명의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1993년 3월 개소 이래 지금까지 진료한 환자는 줄잡아 1만여명이 넘는다.

11명의 전문 유전자검사 인력은 월평균 약2000건 이상의 검사를 높은 진단 정확도로 수행하고 있다.

진료팀은 선천성 기형증후군,염색체 이상에 의한 종양 또는 유전성 대사질환을 DNA스크리닝을 통해 진단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세포치료,유전자치료,단백.효소치료 등을 시행 중이다.

이와 함께 윌슨병,프라더윌리증후군,고셔병,터너증후군 등 10여개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5000여명을 대상으로 환자모임을 정기적으로 주선해 환자의 용기를 북돋워주고 관련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클리닉 유한욱 소장은 "유전성 희귀 질환으로 진단받으면 대부분의 환자와 가족들은 '왜 이런일이 우리에게 생길까'라며 자책하고 경제.사회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심장이나 간에 생긴 질환을 평생 치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치병이라고 자포자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