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기를 끈 해외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으뜸이었던 펀드는 중국 인도와 같은 특정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그러나 주식에서 한 종목에 '몰빵'하는 투자가 위험하듯 펀드에서도 특정 국가에 '올인'하는 펀드가 리스크가 크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투자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수익률이 워낙 좋았던 까닭에 너도나도 이들 지역펀드로 몰려갔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작년 말 중국펀드 수익률이 급전직하로 떨어지면서 뒤늦게 몰빵 투자에 가담한 개인들의 경우 '악' 소리가 터져나왔다.

결국 펀드에서도 분산투자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긴 계기가 된 셈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아예 특정 펀드 한 개에 분산투자 기능을 담은 펀드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여러 지역이나 섹터를 엮은 멀티 펀드들로 이른바 '짝짓기 펀드'로도 불린다.

가령 중국과 인도에다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추가하거나,소비재와 인프라를 섞는 결합펀드가 그것이다.

브릭스나 이머징마켓펀드 등도 넓은 범주에서는 짝짓기 펀드로 분류된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올해 펀드들 간의 짝짓기가 대 유행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머징 국가별로도 국제 투기성 자금의 이동에 따라 지역별 순환매 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익률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해외펀드 투자자들도 리스크가 큰 특정 지역이나 섹터펀드보다는 위험을 고루 분산하면서도 성장의 수혜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멀티 펀드에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등장한 펀드로는 한국투자증권과 신한BNP파리바운용이 공동으로 내놓은 '봉쥬르그레이트이머징펀드'가 대표적인 짝짓기 펀드다.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지역에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추가한 이 펀드는 적극적인 자산배분 정책과 과감한 투자대상 선정전략을 펼치는 게 특징이다.

이 펀드는 나온 지 한 달도 안돼 5000억원어치가 판매될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이 지난 2일에 내놓은 '한국아시아에릭스주식형펀드'도 결합펀드다.

이 펀드는 아시아 성장의 원동력인 동시에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에너지(Energy),원자재(Resources),사회간접자본(Infra),소비재(Consumer) 등 여러 섹터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로,에릭스(ERICs)는 네가지 섹터의 머릿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삼성투신운용이 지난 4일 출시한 '삼성이머징다이나믹펀드'도 비슷한 케이스다.

이 펀드는 월마다 시장 전망이 좋은 전세계 10여개 국가를 선정,시장 변화에 따라 자산 배분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적극적인 운용전략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기간별로 성장성이 두드러진 이머징마켓 국가에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안정적인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구사하는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한국 러시아 터키 헝가리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성장세가 빠른 신흥 6개국 증시에 골고루 투자하는 '슈로더이머징위너스혼합펀드' 등도 그런 유형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