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는 뮤지컬과 연극 전용극장이 42번가와 타임스퀘어를 중심으로 무려 40개가 몰려 있는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구역이다.

오늘날의 브로드웨이가 있게 된 원동력들을 들라면 이미 한 세기 전에 형성된 극장 지구를 비롯 다양한 극장,배우,창작자 집단 인프라 등이 있겠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매년 발표되는 구체적인 통계 자료들이다.

가령 브로드웨이 극장.제작자협회가 발표한 2007년 한 해 동안의 매출액은 9만3800만달러(한화 약 9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의 대부분 공연이 기술 노조의 파업으로 19일간이나 열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3.5%나 성장했다.

관객 수도 2.7% 늘어난 1229만명으로 집계됐다.

그 외에도 관객의 평균 나이,관광객 비율,뉴욕시 경제에 미치는 효과와 같은 매우 구체적인 통계 자료가 여러 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뮤지컬 시장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티켓 판매회사인 인터파크에서 매년 발표하는 자사의 통계 수치와 '한국 뮤지컬 협회',전문 월간지 '더 뮤지컬' 등에서 정리하는 기본 자료를 제외하고 전문화된 통계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가장 기본적인 매출이나 관객 숫자의 경우만 해도 인터파크가 내놓은 숫자에 그 회사가 시장에서 갖는 점유율을 추정해서 역으로 계산하는 것이 전부다.

이미 추정치가 개입된 통계 자료인 탓에 100%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규모 파악과 수익구조 분석 등 객관적인 통계는 뮤지컬뿐 아니라 해당 산업의 투자 촉진과 성장의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 분야에서 자신의 명운을 걸려는 투자자가 있다고 가정하자.그 사람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어디에 얼마를 투자할지,장.단기 투자 효과가 있는 항목이 무엇인지를 헤아릴 수 있는 통계나 지표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는 지난 10년간 제작사,배급사,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이어지는 삼각 구도의 유통망을 갖춘 결과 배급사 주도로 매출 현황이 일괄적으로 수집되고 있어서 현재 약 95% 정도의 통계가 정확하게 산출되고 있다고 한다.

만화계에서도 2년째 '만화산업 통계연감'과 같은 자료가 발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자료는 만화 산업의 대략적인 이해와 만화출판 통계뿐 아니라 만화 트렌드,만화산업 경기 실태조사를 통한 종사자들의 현황까지 수록했다.

물론 뮤지컬은 영화와 달리 아직까지는 전국적 배급망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제작사와 배급사 업무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산출하기 어렵다고 해서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앞으로 뮤지컬계도 이러한 통계 자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그래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걷어 내고 투자,제작,재투자의 선순환 고리를 안착시켜 뮤지컬계의 오랜 숙원인 '안정적인 산업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