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 전 대한생명 회장으로부터 200억여원을 기부받은 종교재단이 기부금 전액을 대한생명에 돌려주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20부(안영률 부장판사)는 대한생명이 최 전 회장으로부터 213억9000만원을 기부받은 기독교 A재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의 기부행위는 당시 대한생명의 재정상태 등에 비춰보면 중요한 자산처분에 해당돼 이사회 결의를 요하는데도 이사회의 승인 없이 이뤄졌으므로 A재단은 기부금 전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최 전 회장은 자신이 대표로 있었던 A재단에 1993년 6월부터 5년간 213억9000만원을 기부했었다.

재판부는 이사회의 사후 승인이 있었다는 A재단의 주장에 대해 "단순히 이사회에서 기부금 명세서 등 결산 관련 서류를 심의.의결했다는 사정만으로 이사회가 해당 기부행위를 사후에 승인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최 전 회장의 공개 기부에 대해 대한생명이 오랫동안 문제제기 하지 않았고 대한생명이 기부로 인해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려왔다'는 A재단의 주장에 대해서도 "최 전 회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회사 자금을 임의로 사용한 것은 배임에 해당하기 때문에 배임으로 피해를 입은 대한생명이 뒤늦게나마 기부금 반환을 청구한 것이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