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ㆍ가스 패권다툼 섬뜩한 현장
'부시의 이라크 침공은 독재자를 몰아내고 중동에 민주주의를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것은 석유를 둘러싼 전쟁이었다.

이라크가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변에 있는 '세계의 주유소' 중에서도 엄청난 천연자원을 보유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독일 시사지 '슈피겔' 기자들이 쓴 '자원전쟁'(에리히 폴라트 외 지음,김태희 옮김,영림카디널)은 매우 직설적이고 자극적이다.

이들은 "석유와 가스 등의 천연자원이 새로운 냉전의 핵"이라고 단언한다.

'20세기 냉전의 연료가 이념이었다면 21세기 냉전의 연료는 석유와 가스를 중심으로 한 천연자원'이라는 것.그리고 자원을 둘러싼 전 지구적 분쟁 상황을 섬뜩할 정도로 상세하게 들춘다.

자원전쟁의 일차 무기는 역시 석유다.

최근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패권쟁투 과정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유가 급등에 따른 막대한 이익을 해외에서 쓸어담는 한편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석유기금을 풀어 민심을 잡는 양동전략까지 펴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석유업체 직원들의 연봉은 최하위 계층보다 4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책의 저자들은 또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잠그고,이를 통해 서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강대국들과 그 틈바구니의 약소국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맞물려 돌아가는지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테헤란의 이슬람 정권은 페르시아만의 석유 공급을 차단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고,이라크의 테러리스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원유 파이프라인을 공격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반군들이 세계적인 석유기업 셸의 직원들을 인질로 잡아 몸값을 요구한 것도 자원전쟁의 한 장면이다.

저자들은 천연자원을 둘러싼 다툼과 함께 소비 문제 또한 '폭탄'에 버금간다고 경고한다.

북극의 자원까지 채굴하는 데도 불구하고 중국과 인도로 대표되는 신흥 산업국가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태부족이라는 것.이들은 이를 '지구적인 에너지 위기에 대한 공포'라고 표현했다.

그러면 해결책은 없는가.

책의 뒷부분에는 새로운 자원강국으로 떠오른 호주,중남미 석유부국으로 부상하는 베네수엘라,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카타르의 현재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져 있다.

마지막 장에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새 에너지원이 소개돼 있다.

바이오연료의 개발과 활용 추이,석유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오일샌드,액화천연가스 개발 현황,풍력과 태양열.지열 등 그린에너지의 미래까지 담겨있다.

416쪽,1만5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