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의 의정보고서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사라졌다.

대선을 통해 '참여정부 심판'이라는 민심이 확인되면서 총선에 앞서 지역구민들에게 돌리는 의정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담기가 부담스러워진 탓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과 가까운 한 중진의원의 의정보고서에는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나타내는 사진이나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의정활동의 성과라고 자랑하는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관련 사진과 지난해 지역구 활동 등으로 의정보고서를 채웠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 쇄신안을 놓고 의원들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대선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 참여정부와 노무현 심판론이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의정보고서에 굳이 노 대통령이나 참여정부와의 관계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의정보고서에서 신당 로고마저 없어진 경우도 있었다.

수도권 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의정보고서를 돌릴 때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면 대통합민주신당이라고 말하기가 부담스럽다"며 "일부러 눈에 띄게 신당 로고를 크게 인쇄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와 대선참패에 대한 사과와 반성으로 의정보고서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세균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의정보고서에서 "지난 1년은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죄송하다.

대선에서 패배하고 말았다"며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민주개혁진영의 단결과 단합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법무장관을 지낸 천정배 의원 역시 "대선 패배 등에 대해 반성하고 처음 국회의원이 됐을 때의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의정보고서에 담았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