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아이오와 코커스] 오바마 "절대 오지 않을것 같은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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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초반부터 '바꿔 열풍'에 휩싸였다.
변화의 상징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004년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과 '대세론'을 등에 업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압도적 표차로 따돌린 것이 단적이다.
공화당에서도 무명에 가까웠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압도적으로 1위에 오름으로써 판도변화를 예고했다.
그렇지만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는 시작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10개월간 계속될 대선 레이스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
3일 오후 7시(현지시간) 실시된 아이오와 코커스의 주인공은 단연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오바마다.
초선의 상원의원에 불과한 그는 37.6%의 지지율로 각각 29.7%와 29.5%에 그친 에드워즈와 힐러리를 가볍게 따돌렸다.
오바마는 선거의 캐치프레이즈로 '변화와 개혁'을 내걸었다.
따라서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는 미 유권자들 사이에 '바꿔열풍'이 얼마나 강한지를 단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민주당 코커스에는 당초 예상되던 15만명 안팎보다 훨씬 많은 22만여명의 당원이 참여해 변화의 욕구를 그대로 분출했다.
지난 7년여 동안 계속된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후유증,민주당 주도의 의회와 행정부의 대립 등 소모적 정쟁에 국민들이 염증과 피로증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승리를 거머쥔 오바마는 "이날이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오늘 밤,역사상 결정적인 이 순간,여러분들은 우리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가들이 말했던 것을 해냈다"고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했다.
오바마의 압승으로 가장 상처를 입은 쪽은 힐러리다.
힐러리는 그동안 40% 안팎의 전국 지지율을 바탕으로 20%대 중반에 그치고 있는 오바마를 따돌리며 대세론을 구가해 왔다.
그렇지만 이번 코커스에서 에드워즈에게도 뒤져 대세론은 흔들리게 됐다.
만일 오는 8일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힐러리의 대선가도엔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캠프 관계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3위를 했고,힐러리 의원도 3등을 했다"면서 "결국은 대세를 거머쥘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몰아쳤다.
이번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한 허커비는 한 달 전만 해도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침례교 목사 출신이란 배경을 바탕으로 기독교복음주의자를 중심으로 한 보수주의자의 지지를 엮어 내면서 단번에 선두로 올라섰다.
허커비는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을 제치고 전국 지지율 1위에 나서 대선 레이스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상징성으로 인해 대선 레이스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다.
1976년 지미 카터 당시 민주당 후보는 무명이었지만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승리함으로써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해 백악관에 입성했다.
1992년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3위를 기록함으로써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고 마침내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렇다고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가 절대적인 것은 물론 아니다.
1988년 공화당의 밥 돌 후보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했지만 본선진출권은 2위를 차지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 넘겨 줘야 했다.
1988년 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후보와 1992년 톰 하킨 민주당 후보도 역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돌풍을 일으키고도 본선에조차 나가지 못했다.
그런 만큼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를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으며 오는 8일 열리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