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개혁개방 30년의 환골탈태 (5) 외자기업에 대한 경고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에서 8년째 배기관과 페달 같은 오토바이 범용 부품을 만들고 있는 김현만 가민산업 사장.그는 요즘 공장에 나가는 대신 시내 백화점을 다니느라 바쁘다.

오토바이 부품에서 손을 떼고 의류 유통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2004년 종업원 80명으로 연간 3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하면서 한때 잘 나갔지만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금 축소와 가공무역 금지 등으로 수출길이 사실상 막혔다.

작년부터 내수로 방향을 틀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품질은 큰 차이 없으면서도 20% 이상 싼 제품을 쏟아내는 중국 업체를 당할 길이 없다.

그는 "거의 노마진으로 납품하는 중국 업체를 피해 고가 부품 시장도 기웃거렸지만 직수입하는 일본이나 미국 제품에 이길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와 외국의 글로벌 업체 사이에 끼여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가민산업처럼 아예 업종을 바꿔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은 대기업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베이징현대차는 중국에서 쏘나타급까지만 생산한다.

고급 자동차 시장은 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이 꽉 잡고 있어서다.

중ㆍ소형차 시장에서는 도요타 GM 등과 경쟁을 벌이지만 브랜드 파워에서 밀린다.

그렇다고 360만원(한화 기준)에 팔리는 QQ 같은 경차를 생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산 제품은 글로벌 시장뿐 아니라 중국 내수시장에서조차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해가고 있는 것이다.

LG전자 중국법인 우남균 사장은 절박한 현실을 이렇게 말한다.

"중국 내수시장에선 상품의 비교우위를 누리고 수출기지로서는 낮은 원가의 혜택을 보던 중국 비즈니스의 정형화된 모델은 종지부를 찍었다.

아웃소싱 원재료 구매 등 제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총체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경쟁력있는 구조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가 그 출발이다.

SK와 CJ는 더 이상 3년 근무 연한의 주재원을 두지 않기로 했다.

3년 파견으로는 중국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는 중국에서만 일을 하는 중국 전문 인력을 파견하든지 아니면 현지 채용인만으로 꾸려 간다는 생각이다.

비즈니스 모델도 현지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의류 유통 사업 허가를 받은 상하이의 푸커리(服可利).2년 전 의류 내수시장에 뛰어들었던 이 회사는 최근 디자이너를 한국인에서 중국인으로 교체 중이다.

"한국적 감각으로만 만들면 팔리던 시대는 지났고 이젠 중국인의 사고방식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이야기다.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차종을 따로 개발하기로 한 것도 '한국에서 팔리면 중국에서도 통한다'는 등식을 깨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은 이제 중국에서 살아남느냐 도태하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