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도로기획관실이죠?" "여긴 교통기획관실이고요.

돌려드리고 싶지만 그 쪽 번호를 잘 모르겠네요."

서울시의 한 공무원이 업무협의를 위해 최근 신설된 도로기획관실에 전화를 걸었지만 엉뚱하게 다른 부서로 연결됐다.

이 공무원은 "신설조직의 명칭이 비슷하다보니 연락처 작성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실수한 것 같다"며 "부서별 연락처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업무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새해를 맞아 사회 각 분야가 의욕적인 출발을 다짐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따른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는 지난 1일 1실ㆍ4본부ㆍ12국이던 조직체계를 1실ㆍ5본부ㆍ9국으로 바꾸고 국장급(3급) 이상 50명과 과장급(4급) 82명에 대한 승진ㆍ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업무 통폐합과 대민 서비스 확대를 통해 서울시를 '강소(强小)정부'의 표본으로 만들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의욕이 반영된 결과다.

문제는 시 내부에서도 개혁의 취지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공무원들도 이런 변화에 익숙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서울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본청 공무원들조차 바뀌거나 통합된 부서 명칭을 헷갈려하고 있다"며 "새로 생긴 국ㆍ과의 경우 아직 어떠한 업무를 수행할지조차 세부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부 공무원들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파견으로 행정 공백까지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설 과의 과장이 갑자기 인수위에 파견나가는 바람에 해당 부서 공무원들이 업무지시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무래도 새 정부가 출범하는 2월 말께나 이 같은 혼란이 좀 가라앉을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조직 개편의 취지는 좋았지만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혼란은 조직개편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으로 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조직개편 성공의 관건인 것 같다.

서울시 사례는 대대적인 정부조직개편을 준비 중인 대통령직 인수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호기 사회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