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의 찬바람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지방은 물론 '분양불패'로 통했던 수도권에서도 청약률 10%대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말뚝만 박아도 분양됐던 2000년부터 5년여간의 활황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이에 청약전략도 일대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분양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결정적 계기는 역시 분양가상한제 위력을 빼놓을 수 없다.

고분양가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 탓에 이들 비(非)상한제 아파트 청약를 꺼리고 있어서다.

분양가상한제는 이미 작년 9월부터 시작됐지만 올해 초까지는 비상한제 막바지 물량이 줄지어 대기중인 만큼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대출규제,금리인상,세금강화 등 정부의 각종 부동산규제가 중첩되면서 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까지 덩달아 미달되는 등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작년 말 수도권 2기 신도시의 선두주자였던 파주 신도시에서조차 대거 미분양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마디로 상품을 가리지 않고 분양시장 전체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을 맞고 있는 것.사정이 이렇다보니 잇따라 분양에 실패,경영난을 겪는 건설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업체들의 부도설도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은 올해도 비슷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공급예정인 민간 아파트는 서울 6만4303가구,인천ㆍ경기 9만9930가구,지방 16만7434가구 등 33만1667가구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공급물량 30만714가구보다 오히려 10% 정도 증가한 물량이다.

분양시장이 불안한데도 공급물량이 늘어난 이유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분양승인을 신청한 물량이 많아서다.

이들 아파트는 올해 2~3월까지는 지속적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이로써 올 3월까지는 비분양가상한제 물량이 주로 공급되고 이후엔 상한제 물량이 본격적으로 분양될 전망이다.

이들 두 가지 형태의 아파트는 장단점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만큼 어느 때보다 신중한 청약 전략이 요구된다.

상한제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통상 주변 시세보다 10~15% 정도 저렴해 시세차익은 가능하지만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길다는 게 단점이다.

실제 공공택지의 경우 전용 85㎡ 이하는 계약 이후 10년,전용 85㎡ 초과는 계약후 7년간 전매가 금지된다.

민간택지도 각각 전용 85㎡ 이하는 계약 후 7년,전용 85㎡ 초과는 계약 후 5년이라는 전매규제를 적용받는다.

비상한제 아파트는 주변 시세에 비해 가격이 비슷하거나 높은 편이어서 추가 상승 여력이 적다는 게 흠이다.

반면 입주 이후 전매가 가능해 환금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판정승이 예상되는 쪽은 상한제 아파트다.

아무래도 비상한제 아파트가 가격경쟁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는 시점은 상한제 물량이 쏟아지고 봄 분양시즌이 시작되는 3월 이후부터가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규제완화를 선언한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 틀이 가시화될 경우 분양시장이 다소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새 정부는 앞으로 취ㆍ등록세를 통폐합한 뒤 세율을 인하하고,현행 6억원짜리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대상도 확대해갈 방침이다.

이 같은 제도적 변화는 어떤식으로든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예컨대 분양가가 6억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는 종부세 부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여유있는 수요자들은 청약에 부담을 덜 느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올해 청약전략은 참여정부 규제와 새 정부의 규제완화 틈새에서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우선 비상한제 아파트는 아무래도 가격이 비싼 만큼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일부 비상한제 아파트는 나름대로 입지가 뛰어난 유망물량이 적지 않아 섣불리 우열을 점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서울지역 노른자 개발부지로 꼽히는 뚝섬 상업용지에서도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한화건설(231~376㎡짜리 230가구),대림산업(333㎡짜리 196가구) 등이 각각 올해 초에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분양가는 사상 최고금액인 3.3㎡당 4000만원대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왕십리 뉴타운 및 용산 전면 2~3구역,용산 국제빌딩 특별 3~4구역 등 각종 개발호재로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지역에서 잇따라 비상한제 물량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상한제 유망단지는 주로 하반기에 공급된다.

판교 주상복합을 비롯해 광교신도시,은평뉴타운 2지구 등이 관심대상이다.

이들 물량은 유망청약1순위로 꼽히는 곳인데다 시세차익도 예상되는 만큼 상당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새 정부는 신혼부부용으로 12만가구의 주택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도심지 뉴타운 활성화 방침에 따라 이들 지역 에 분양하는 물량도 유념할 필요가있다.

또 취ㆍ등록세를 현행 세율의 절반수준인 1%로 낮추키로 한 만큼 아파트 분양을 망설였던 청약자들은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청약에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