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실적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지난해 11월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해외시장의 판매실적에 대해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현대차는 지난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목표(51만대)에 크게 못미치는 46만7009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고,중국에서도 판매량이 20% 이상 급감하는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미국과 중국은 현대차가 현지에서 생산하는 물량만 각각 30만대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따라서 이곳에서의 판매 부진은 현대차의 경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언제쯤 미국과 중국에서 지난해의 부진을 털고 다시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을까.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이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올해 미국과 중국 시장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그는 "올해 미국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여파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고유가 상황까지 겹쳐 신차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작아진 파이를 놓고 업체 간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회장은 그러나 하반기에는 예전의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쏘나타 트랜스폼과 제네시스,제네시스 쿠페 등 고부가가치 차종의 판매를 늘리고 딜러의 영업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 다시 판매가 성장 궤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중으로 쏘나타 트랜스폼과 제네시스,i30 왜건 등을 미국시장에 잇따라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시장과 관련,김 부회장은 오는 4월 준공되는 베이징 제2공장이 반전의 카드가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우선 "베이징 올림픽 특수 등으로 중국시장의 전체 수요는 올해도 크게 증가하겠지만 각 업체들이 앞다퉈 신차를 내놓고 가격인하 경쟁을 벌일 것이기 때문에 여건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뒤 "중국시장 맞춤형 신차를 앞세워 공격적 마케팅에 나선다면 지난해의 부진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베이징 제2공장에서 현대차 최초의 중국시장 맞춤형 모델인 중국형 아반떼(프로젝트명 HDC)를 생산,판매하고 중국시장의 사업계획을 기존의 생산 중심에서 판매 및 마케팅 중심으로 재편해 재도약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국형 아반떼의 연간 판매량이 최대 17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현대차의 올해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어난 33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