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 팔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구호가 아니다.

중소기업인들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초청,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가진 신년인사회에서 건배를 하며 외친 소리다.

우리나라 기업체 수가 모두 306만개인데 이중 99%인 302만개가 중소기업이고 기업체 종사자 1200만명 중 88%인 1000만명이 중소기업 식구들이란 뜻에서다.

이렇게 중요한 중소기업들을 위해 '이명박 정부'가 획기적인 지원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중기인들 건배사에 담긴 기대다.

이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 당선인은 중기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정치인보다 일자리를 더 만드는 기업인들이 공항 귀빈실을 쓰도록 하겠다"며 기업인들을 한껏 고무시켰다.

이날 중소기업의 각계 대표들은 당선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냈다.

신용보증 공급 원활화,대ㆍ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촉진,대형마트의 확산 억제,상속세 부담 완화 등을 건의했다.

중기인들은 역대 대통령들마다 대선 후보시절엔 중기우대 정책을 펴겠다고 공약했다가 막상 대통령이 되면 흐지부지했었다고 말한다.

나름대로 중기를 우대했던 DJ정부나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다.

그래서 이 당선인이 산업은행에서 분리될 투자은행 매각자금 20조∼30조원을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공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돈을 중소기업 R&D(연구ㆍ개발)에 지원,혁신형 중소기업을 키우거나 금융기관을 통해 중기에 투입할 경우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효과를 볼 것이라는 것. 때마침 중소기업청도 6일 인수위원회에 중소기업 살리기와 관련해 여러 정책 아이디어를 보고했다.

이 당선인과의 간담회나 중소기업청 보고를 보면 세제ㆍ금융지원 확대처럼 중소기업에 필요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경쟁과 효율'이라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거나 관료위상 높이기만을 염두에 둔 과제도 있다.

예컨대 협동조합과의 수의계약을 통한 공공구매제도의 일부 부활 요구다.

이 제도는 경쟁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해 초 전면 폐지됐다.

중기중앙회는 5000만원 이하의 소액물품을 공공기관이 수의계약하거나 경쟁입찰을 통해 사는 소액구매제도만이라도 바꿔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협동조합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소액물품을 사주면 조합이 회원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납품을 할당한다는 것이다.

명칭은 '공동수주 우선구매 지원제도'라지만 사실상 '소액 단체수의계약' 제도다.

또 하나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중소기업부를 신설해 달라는 요구다.

차관급 조직인 중소기업청은 '끝발'에서 밀리고 정책조정역할을 맡은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법적 강제력이 없으니까 장관급 부처를 만들어달라는 주장이다.

다분히 소속 관료들을 위한 발상이다.

기업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 만큼 중소기업계도 지금까지 요구해왔던 레퍼토리를 되풀이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과제만을 추려서 목소리를 내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구학 과학벤처중기부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