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인도 타타자동차의 라탄 타타 회장이 '드림카'(Dream car) 계획을 발표했다.

포르쉐나 페라리를 능가하는 '럭셔리 카'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계 최저가인 10만루피(240만원)짜리 자동차 생산 계획이었다.

당시 세계 자동차 업계는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작전)이라고 웃어넘겼다.

일부 자동차 업체는 "네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생산하려는 게 아니냐"고 코웃음쳤다.

하지만 타타 회장은 "고정 관념을 깨라"며 계획을 밀어붙였다.

모델명도 '알에스(RS) 1렉(lakh)'.RS는 인도 통화인 루피(rupees)의 약자,렉은 10만을 뜻하는 힌두어다.

아예 모델명에 '10만루피'라는 가격을 박은 것이다.

가격을 지키지 못하면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그로부터 5년 뒤 200만원대의 드림카 계획이 현실로 이뤄졌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초저가 레이스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업체들이 인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상황이어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6일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타타 자동차는 오는 10일(현지시간) 인도의 디트로이트로 통하는 델리에서 개최되는 '델리 오토 엑스포'에 꿈의 200만원대 자동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은 240만원에 불과하지만 갖출 건 모두 갖췄다.

문짝 4개와 트렁크에 자동 변동 기어 시스템까지 달려있다.

배기량 600㏄에 최고 시속 80마일(약 130㎞)을 자랑한다.

구조도 파격이다.

엔진을 차량 뒤쪽에 장착하면서 짐을 싣는 공간과 운전석 뒤쪽의 임시 좌석을 앞쪽으로 당겨 배치,차량 연비를 높이는 동시에 제작 비용을 낮췄다.

타타 자동차는 최근 포드 산하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또 한차례 세계 자동차 업계를 긴장으로 몰아넣었다.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입지를 굳히는 것은 물론 신기술을 수혈받아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자극받아 글로벌 메이저 회사들도 치열한 '저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지난해 4월 "인도에서 3000달러(280만원) 이하의 자동차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초저가차 시장의 강자인 일본 스즈키도 올해 안에 인도 시장에 4400달러(410만원)짜리 자동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 치루이자동차의 QQ는 360만원에 팔리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회사들이 초저가 경쟁에 나서는 것은 신흥시장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2004년 100만대를 돌파한 이래 2010년 200만대,2014년에는 330만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도 2014년엔 1650만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오토바이를 버리고 '첫 차'를 사는 신흥 시장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200만원대 꿈의 차가 시장에서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10만루피에 살 수 있는 좋은 중고차들이 쌓여 있다"며 "RS 1렉은 기존 승용차보다는 고급 사양의 오토바이와 경쟁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량 가격을 낮추는 데 무게를 두다보니 안전성이나 성능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