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도 결단 내려야" 압박 … 천정배 의원도 고심

김한길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서울 구로을)이 6일 18대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당 현역의원 141명 가운데 대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선 불출마를 밝힌 의원은 김 의원이 처음으로,다른 의원들의 불출마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치의 실패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면서 사죄하는 심정으로 18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시는 정치에 돌아올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신당이 대선에서 참패한 이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매우 아프다"면서 "나를 버려서 우리가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우선 나부터 기득권을 버려야겠기에 불출마를 결심했다.

고독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초 노무현 대통령의 변화를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집권 여당 탈당까지 결행했지만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 프레임'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데 책임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반구저기(反求諸己)'라는 고사성어를 거론하면서 "저에게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고,많은 분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씀이다.

이런 결정은 누군가에게 손가락을 가리키며 요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각자가 고독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해 다른 중진들의 동반 퇴진을 압박했다.

그동안 당내에서는 참여정부 총리나 장관 출신 인사들과 열린우리당 시절 당 대표 및 원내대표를 역임한 사람들의 백의종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만큼 원내대표를 지낸 김 의원의 총선 불출마는 다른 중진 의원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3선의 천정배 의원은 최근 "대선 참패에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당 안팎의 비난 여론에 총선 불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선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에서조차 김용갑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는데 정작 패배한 당에서는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비등해 몇몇 중진의 동반 사퇴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신기남 김근태 전 의장,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등에 대한 퇴진압력이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