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또 짝퉁이 나왔다구요?"

칫솔살균기 업체 에센시아의 신충식 사장(48)은 수시로 직원들로부터 중국시장 동향을 보고 받는다.

신제품을 내놓으면 1주일도 안돼 중국 업체들이 짝퉁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유통시키기 때문이다.

신 사장은 "우리가 보유한 특허가 100개에 달하지만 막무가내로 베껴대는 중국 업체들에 특허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며 "바이어들에게 가격은 더 싸고 기술력을 높인 제품을 선보이는 게 최상의 방어책"이라고 설명했다.

신 사장은 가끔 농담처럼 직원들에게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1등할 수 있는 비결은 중국산 짝퉁 덕분"이라고 말한다.

지난 10년간 중국산 저가 제품과 경쟁하다보니 자연스레 경쟁력을 길렀기 때문이다.

에센시아는 불과 몇년 전까지 자사제품과 겉모양이 같으면서도 가격은 3분의 1에 불과한 중국산 '짝퉁'제품으로 골치를 앓았다.

짝퉁 제품 업체들은 에센시아가 30~35달러에 공급하는 제품을 13~14달러에 만들어 바이어들을 공략했다.

자외선을 이용한 살균효과가 에센시아의 30~80%에 불과했지만 바이어들은 "소비자들이 비슷한 제품을 더 비싸게 판다고 오해한다"며 중국산 제품을 사가곤 했다.

"어떻게 만들어낸 칫솔살균기인데,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신 사장은 2004년부터 부품을 표준화해 생산성을 높였다.

모델마다 달랐던 부품을 똑같이 만들어 부품 공용화 비율을 10%에서 30%로 높였다.

이 결과 값을 20달러 아래로 낮출 수 있었다.

형광등 타입의 살균램프도 냉음극관 타입(CCFL)으로 바꿔 수명을 10배 이상 늘렸다.

불량률도 0.23%로 떨어뜨렸다.

에센시아 제품의 살균력은 99.99%.모든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증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중국산의 10~30%밖에 비싸지 않다.

중국보다 인건비가 훨씬 비싼 한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데다 2000년 이후 원자재값이 3배 이상 오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제품이 월등히 우수한데 가격은 중국산과 별 차이나지 않는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떠났던 바이어들이 하나 둘씩 돌아왔다.

신 사장은 중국산 짝퉁과의 전쟁을 치른 뒤에도 동업자의 배신,내부 직원의 기술 유출 등 수없이 고비를 겪어 가며 현재의 지위에 올랐다.

에센시아는 국내 시장의 70%,일본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는 세계 1위 칫솔살균기 업체다.

미국 시장 점유율도 30%를 넘는다.

최근 일본 내쇼날사와 살균되는 전동칫솔을 공동개발해 올 하반기까지 100만달러어치를 납품키로 계약했다.

지금까지 에센시아가 세계에 보급한 칫솔살균기 대수는 총 300만대를 넘는다.

신 사장은 "올해 매출은 15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릴 때부터 치통을 앓던 신 사장은 1980년대 후반 칫솔 위의 바퀴벌레를 보고 '칫솔을 살균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1989년 세계 최초로 칫솔살균기를 개발했지만 시장의 외면으로 부도가 났다.

이후 트럭에서 먹고 자면서 건어물 과일장사까지 했다.

그러던 중 개발품이 중소기업청의 홍보대상 품목으로 지정돼 언론에 알려지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상은 기자 se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