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차인 '쏘나타'를 모는 직장인 김현중씨(32)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름값으로 한 달에 15만원 정도를 썼다.

하지만 휘발유 가격이 최근 ℓ당 1700원을 넘어서는 등 껑충 뛰면서 유류비도 25만원 이상으로 늘었다.

새해 초 국제유가가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았다.

서민들은 기름값 부담 때문에 10원이라도 싸게 파는 주유소를 찾아다니거나 아파트 난방을 최소로 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기업들도 실내온도를 낮추고 엘리베이터를 격층 운행하는 등 에너지비용 절감을 위해 안간힘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서민이나 기업과는 달리 정부 태도는 느긋함 그 자체다.

녹색연합 발표에 따르면 산업자원부는 2008년에서 2030년까지 유가를 배럴당 평균 57달러로 잡고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짜고 있다.

유가가 이미 100달러를 넘어서고 조만간 150~160달러 선까지 치솟을 것이란 분석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20여년 후까지 60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경제부도 "그동안의 인플레 등을 감안하면 현 유가수준은 감내할 수 있으며 경제운용 기본계획을 바꿀 만큼은 아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새 정부 역시 유류세 인하로 서민 부담을 덜어준다는 데 신경쓸 뿐 유류 소비를 줄이고 산업구조를 에너지 절약적으로 바꾸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네온사인 끄기'나 '엘리베이터ㆍ에스컬레이터 운행 자제''난방 억제' 등 캠페인을 벌일 낌새도 전혀 찾아보기 힘들다.

이웃 일본은 경제대국이지만 에너지원을 원자력 등으로 다양화하고 에너지 절약적 산업구조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인 덕분에 1차 오일쇼크가 찾아왔던 1973년 77%였던 석유의존도를 2005년엔 49%로 줄였다.

이 시기 경제 규모가 5배 정도 커졌는데도 원유수입량은 2억8969만㎘에서 2억4673만㎘로 감소했다.

유가 고공행진은 일시적 흐름이 아니다.

한국은 지난 한 해 무려 600억달러어치의 원유를 수입했다.

유가가 뛰면서 지난달 무역수지는 57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실정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앞장서서 기름을 아끼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태훈 기획취재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