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출판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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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척한다.
노상 돈이 모자란다고 한다.
내가 선택했지만 마음에 안든다.
말로는 못이긴다."
"수의학과 출신 젊은이가 총선에 출마했다.
상대는 쟁쟁한 다선(多選) 의원.합동토론회장에서 현역 의원이 빈정거렸다.
'당신,수의학과 출신이라며?'젊은 후보가 답했다.
'왜요,어디 안좋으세요?'"
앞의 것은 국내에서 유행한 '마누라와 국회의원의 공통점'이란 유머,후자는 영국에서 실제 있었다는 얘기다.
국회의원을 둘러싼 우스갯소리는 이처럼 만국 공통이다.
강도를 만난 국회의원이 "내가 누군줄 알고"라며 큰소리치자 강도가 "국회의원? 그럼 내 돈 내놔"라고 다그쳤다는 것도 있다.
그래도 국회의원은 민주주의의 꽃이자 핵이다.
수많은 정치인과 정치지망생이 오매불망 원하는 이유도 그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4월9일 총선을 앞두고 등록한 예비후보자간 경쟁률만 이미 6 대 1이 넘는다는 마당이다.
덕분에 요즘 이땅 중장년층 상당수는 고민이다.
"가봐야 하나,그냥 모른 체할까.
그래도 어떻게.얼마나 들고 가야 하나."
결혼은 시즌이 따로 없고 겨울이면 초상이 늘어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데 총선용 출판기념회 초청장까지 겹치니 답답한 것이다.
한숨 속에 망설이게 되는 건 꼭 형편 때문만은 아니다.
전문지식이나 오래 쌓은 경험을 집대성해 펴낸 책의 출판기념회 같으면 당연히 달려가 축하할 일이다.
선거용 책은 그러나 다르다.
이벤트성 출판기념회를 위해 급조된 듯한 내용은 허술하기 일쑤다.
제 자랑 투성이인 건 그렇다 치고 여기저기서 베낀 것 같은 주의주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 수도 흔하다.
본인이 안쓴 것도 많다고 들린다.
책으로서의 가치를 찾기 힘든 홍보책자의 출간을 기리는 셈이다.
당사자들의 변(辯)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의정보고회를 열고 후원금도 모을 수 있는 현역 의원과 달리 정치신인은 자신을 알리거나 후원금을 받을 도리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택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역들은 왜?'라는 의문이 남는다.
'시작부터 구태를 답습하면 나중엔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도 생기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노상 돈이 모자란다고 한다.
내가 선택했지만 마음에 안든다.
말로는 못이긴다."
"수의학과 출신 젊은이가 총선에 출마했다.
상대는 쟁쟁한 다선(多選) 의원.합동토론회장에서 현역 의원이 빈정거렸다.
'당신,수의학과 출신이라며?'젊은 후보가 답했다.
'왜요,어디 안좋으세요?'"
앞의 것은 국내에서 유행한 '마누라와 국회의원의 공통점'이란 유머,후자는 영국에서 실제 있었다는 얘기다.
국회의원을 둘러싼 우스갯소리는 이처럼 만국 공통이다.
강도를 만난 국회의원이 "내가 누군줄 알고"라며 큰소리치자 강도가 "국회의원? 그럼 내 돈 내놔"라고 다그쳤다는 것도 있다.
그래도 국회의원은 민주주의의 꽃이자 핵이다.
수많은 정치인과 정치지망생이 오매불망 원하는 이유도 그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4월9일 총선을 앞두고 등록한 예비후보자간 경쟁률만 이미 6 대 1이 넘는다는 마당이다.
덕분에 요즘 이땅 중장년층 상당수는 고민이다.
"가봐야 하나,그냥 모른 체할까.
그래도 어떻게.얼마나 들고 가야 하나."
결혼은 시즌이 따로 없고 겨울이면 초상이 늘어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데 총선용 출판기념회 초청장까지 겹치니 답답한 것이다.
한숨 속에 망설이게 되는 건 꼭 형편 때문만은 아니다.
전문지식이나 오래 쌓은 경험을 집대성해 펴낸 책의 출판기념회 같으면 당연히 달려가 축하할 일이다.
선거용 책은 그러나 다르다.
이벤트성 출판기념회를 위해 급조된 듯한 내용은 허술하기 일쑤다.
제 자랑 투성이인 건 그렇다 치고 여기저기서 베낀 것 같은 주의주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 수도 흔하다.
본인이 안쓴 것도 많다고 들린다.
책으로서의 가치를 찾기 힘든 홍보책자의 출간을 기리는 셈이다.
당사자들의 변(辯)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의정보고회를 열고 후원금도 모을 수 있는 현역 의원과 달리 정치신인은 자신을 알리거나 후원금을 받을 도리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택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역들은 왜?'라는 의문이 남는다.
'시작부터 구태를 답습하면 나중엔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도 생기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