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사카슈빌리 전 그루지야 대통령(40)이 5일 실시된 그루지야 대선에서 52.8%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6일 보도했다.

사카슈빌리는 사실상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 성격을 띤 이번 대선 승리로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로 정치 생명이 끝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사회생했다.

사카슈빌리는 2003년 11월 구 소련 최초의 시민혁명인 '장미혁명'을 주도,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당시 대통령을 사임시키며 민주 개혁가로 급부상한 인물.이듬해 1월 대선에서 불과 36세의 나이에 96%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돼 최연소 유럽 국가원수로 기록됐다.

하지만 부정부패 및 빈부격차와 독재적인 정치노선이 발목을 잡았다.

작년 11월 반정부 시위로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은 사카슈빌리는 야권의 사임 압력에 조기 대선이란 강수를 선택,대통령직을 사임하면서 재선에 도전해 승리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야권은 국민의 정권 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도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한 채 6명의 후보가 난립하며 패배를 자초했다.

이번 선거와 함께 실시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묻는 국민 투표에서 유권자 61%가 가입에 찬성함에 따라 사카슈빌리의 친서방 정책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루지야는 흑해 연안의 소국이지만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길목이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번 선거는 주변국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선 친미 성향의 사카슈빌리가 당선된 것을 반기고 있다.

카스피해 원유 및 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담보할 수 있게 된 데다 그루지야의 EU 및 나토 가입도 탄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그루지야 정부와 마찰을 빚어온 러시아는 "그루지야 대선의 공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비난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