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에 다니는 이다영씨(가명)는 법원으로부터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후보로 출석해 달라"는 통지서를 받고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모처럼 휴가를 내어 남편, 아이들과 함께 오스트리아로 해외여행을 떠나려 했는데 법원 출석 날짜가 휴가기간과 겹치게 된 것.공무원으로서 '국민의 의무'를 외면하기도 꺼림칙하지만 법원에 출석하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해외여행을 포기해야하나 마음 졸였던 이씨는 그러나 법원으로부터 "오래 전에 예약되고 이미 비용을 지불한 여행 계획이 있을 경우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을 듣고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되고 호주제가 폐지되는 등 올해부터 크게 달라지는 국민의 '법생활' 제도를 살펴본다.

◆생업 곤란하면 배심원 안해도 돼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법원에서 배심원후보로 출석을 요구했는 데도 불응하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배심원으로 뽑히지 않기 위해 선정과정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배심원이 됐는 데도 재판에 참석하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배심원으로 선정됐을 때 △생업을 하지 못해 경제적 안정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경우 △병자 노약자 아동을 본인이 아니면 돌보지 못하는 경우 △본인이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상 현저한 손해가 생기거나 상당기간 이전에 예약된 출장을 떠나야 하는 경우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출석하지 않아도 과태료 부과가 면제된다.

또 △상당기간 전에 예약되고 비용을 지급해서 취소가 어려운 휴가 또는 여행 △부모 친지 등의 장례식이나 취업 등을 위한 시험.면접에 참석해야 하는 경우 △질병 등 정신적 육체적 건강 상태 때문에 배심원 직무수행이 어려운 경우에도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불기소 재정신청하면 헌법소원 더 못해

범죄 피해를 당해 고소했는데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리면 앞으로 법원에 재정신청을 낼 수 있다.

그동안에는 고검에 항고,대검에 재항고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고검 항고가 기각된 지 10일 이내에 관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내면 된다.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강제기소하도록 명령이 내려지니만치 '같은 검찰 가족'보다는 법관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고.재항고와 달리 재정신청을 냈다가 기각되면 법원의 심문절차 등에 필요한 비용뿐 아니라 피의자 측의 변호사 비용까지 물어야 한다.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으니 함부로 재정신청을 내서는 곤란하다.

◆신혼여행지에서 혼인증명서 발급도 가능

올해부터 호주제가 폐지되고 가족관계등록부제가 도입됐다.

호적이나 본적 개념이 사라지고 누구나 국내 어디에서든 등록을 하고 가족관계증명서 등 5종류의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아버지는 서울에,아들은 울산에 등록하는 등 가족이 각각 다른 곳을 등록기준지로 선택할 수 있다.

등록지가 서울인 사람이 결혼을 해 제주도에 신혼여행을 갔다면 거기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바로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을 수도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