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면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는데 일단 임명된 이상 불편부당한 자세로 선입견 없이 진실을 발견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법무부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가운데 청와대가 7일 특검수사를 담당할 특별검사로 정호영 전 서울고등법원장(60.연수원 2기)을 임명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특검은 임명직후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가 유능하고 적임자라서 특검에 임명된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들이 특검자리를 거절하고 남은 사람들 중에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마음 부담은 있지만 일단 맡게 된 이상 수사에 최선을 다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특검은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헌재가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을 심리 중인 상황에 대해서는 "수사책임자가 위헌여부에 대해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수사는 못할 것 아니겠냐"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기 양평 출신인 정 특검은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법원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전형적인 엘리트 법관이다.

1973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되면서 법조인 경력을 처음 시작한 그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대법원장 비서실장,대전고등법원장,서울고등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고등법원장을 맡았던 2005년과 2006년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겸직하기도 했다.

2006년 7월 서울고등법원장을 마지막으로 법관생활을 마치고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두터운 정 특검은 후배 법조인들 사이에서 '영국신사'로 불린다.

서울고등법원 판사로 재직하던 1983년부터 2년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고 인품면에서도 그를 존경하는 후배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검찰 출신이 아니어서 특검수사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냐는 일각의 의문에 대해 "유능한 특검보,수사관 등을 영입해 극복하겠다"며 수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유능한 법관 출신인 그가 특검수사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