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때문이다.
옥수수 가격의 경우 불과 2년 만에 2배 가까이 올랐는데,미 정부가 고유가의 타개책으로 바이오 에너지 정책을 실시하면서 옥수수를 원료로 사용한 덕택이다.
옥수수 전 생산량의 3분의 1이 바이오 연료에 쓰인다고 한다.
콩과 밀 등의 곡류도 가격이 치솟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을 위시한 신흥 개발국들의 육류소비량이 크게 늘면서 곡류소비가 급상승 커브를 그리고 있어서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1㎏을 생산하는데 곡물은 각각 8㎏과 3㎏이 소비된다고 하니,식단의 변화가 가격폭등을 견인하는 꼴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곡물에 대한 위기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지속된 값싼 농산물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할 정도다.
이제는 누구도 곡물가격이 세계경제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려 하지 않는다.
곡물값 급등이 전체 물가의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고 하는데,이를 두고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우리에게는 이만저만한 고민이 아니다.
쌀을 제외한 곡물 자급도가 4.6%에 불과한 우리 실정에서는 그야말로 태풍이 아닐 수 없다.
벌써부터 밀가루 가격이 인상되면서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빵과 과자,라면 등의 가격이 들먹거리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에 고유가까지 겹쳐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도래한다면 최악의 상황일 게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앞으로 10년간 애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다면 에너지와 함께 식량도 국제정치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게 뻔하다.
새해 벽두부터 우리 경제는 고유가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미국 경제의 불안,중국경제의 과열이라는 삼각파도 속에 애그플레이션의 복병까지 맞았다.
대부분의 곡물과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 처지에서 해야 할 일은 아끼는 일밖에 또 무엇이 있을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